[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해 4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가상현실(VR)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감 있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산업 확대가 기대됐다. 그러나 착용 후 따라오는 멀미 현상과 불안정한 서비스 등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5G 상용화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산업이 성장하며 VR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페어립은 VR과 교육의 결합으로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국내 VR 시장을 비롯해 해외로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페어립이 서비스 중인 VR 영어 교육 콘텐츠 '각영어'는 발음-추리-각인의 3단계를 거쳐 영어 단어나 문법 등을 학습자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한다. 특히 몰입도가 주요 특징인 VR의 장점을 앞세워 VR 콘텐츠 내에서 자연스러운 학습효과를 유도한다. '미래도시', '차원여신의 신전' 등 '각영어 유니버스'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학습자가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통해 회화를 진행한다. 이범준 페어립 대표는 지난 1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학습자가 듣고 말하고 움직이며 이미지를 직접 보는 등 종합적으로 행동하면 2주 후에도 해당 콘텐츠를 90% 이상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범준 페어립 대표. 사진/페어립
이 대표는 실제 학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적용해 몰입도와 학습력 향상을 입증했다. 지난 2018년 경남 양산시 원동중, 경기도 수원시 광교초 등에 납품한 결과 집중력 100%, 평가점수 30% 오르는 결과를 도출했다. 원동중 학생 25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90점 이상을 획득했고, 광교초에서는 1300명의 학생이 각영어로 영어 실습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피드백' 시스템을 개발했다. 속도, 길이, 악센트 등 학습자에게 부족한 점을 음성으로 인식해 분석한 후 학습자의 부족한 점을 카카오톡이나 단문문자메시지(SMS)로 안내한다. 현재 학교, 교육기관 등을 중심으로 각영어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페어립은 VR 기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멀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제품 개발을 포함해 약 2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어VR 소프트웨어 센서 개발을 담당한 이 대표를 비롯한 개발진은 멀미의 원인이 되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센서값을 보정했다. 이를 통해 VR 기기를 움직이며 발생하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가속도 센서의 오차가 누적될 때 생기는 멀미 증상을 줄였다. 페어립은 이와 관련 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현재 상용화된 기기보다 훨씬 가벼운 VR 기기를 출시하려 준비 중인데 이러한 기기·기술과 콘텐츠가 시너지를 발휘하면 VR 시장도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교초 학생들이 페어립의 '각영어'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페어립
페어립은 10대 대상 교육뿐 아니라 성인 영어 교육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한정된 영어 교육 시장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협업한다. 교육의 동기부여를 위해 친구와 대화하는 방식의 실감형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 진출을 위해 홍콩 법인을 설립했고 중국, 유럽 지역 진출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 초쯤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VR 영어 교육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있다"며 "외국인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콘텐츠를 더한다면 해외 진출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콘텐츠 확장을 바탕으로 페어립은 향후 종합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콘텐츠를 종류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확인하고 추천받는 AI 포털 구축이 목표다. 각영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의 확장 역시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페어립은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함께 '각영어 키즈' 출시를 준비 중이며 VR 한국어 교육 제품도 제품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VR 시장 안착이 어렵지만 VR이 주는 고유한 효과가 있다"며 "산업 안착을 선도한다고 자부하고 시장을 개척 중"이라고 밝혔다.
페어립이 개발한 언어교육 시스템. 사진/페어립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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