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 수용 어렵다" 가닥…윤석열, '수위' 고민 중
검사장 회의 결과 '불수용' 대체로 일치…'내용상 법 위반' 반박 후 '재고 검토' 요구 가능성
2020-07-04 18:00:00 2020-07-04 18:19:35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지휘에 대한 입장 표명 방식과 수위를 두고 고민 중이다.
 
검사장 회의, '전원일치'는 아니야
 
4일 <뉴스토마토>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전날 열린 회의에서 전국 검사장들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 중 2항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데 대해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원 일치'나 '압도적 일치'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추 장관이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하달 수사지휘 중 2항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명시했다.
 
"더 이상 싸우는 모습 안돼" 
 
검사장 회의에서는 또 '전면 불수용' 등의 과격한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취재됐다. 국민에게 더 이상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고, 대검찰청을 통해 법률가로서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을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하자는 의견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전국검사장 회의가 진행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검사장 회의는 대검찰청 청사 내 3개 회의실에서 '고검장·재경지검장·지방검사장' 팀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됐다. 이 사건 수사지휘 검사장으로, 윤 총장과 함께 논란에 휩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감찰대상으로 보직이 변경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다.
 
시간 계획상으로는 오전 10시 고검장, 오후 2시 재경지검장, 오후 4시 지방지검장 회의가 이어졌지만 검사장들간 격론이 이어지면서 회의 장소를 각기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풍부한 의견이 개진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된 '검사장 연대성명' 가능성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임검사 설치' 의견도 거론 
 
검사장들의 이날 논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여부 뿐만 아니라 불수용으로 결론을 낼 경우 추후 '검언 유착' 수사 절차에 대해서까지 논의됐다. 의견 중에는 현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게 수사를 전담시키되 대검 수사지휘라인이나 지원템을 배제하고 윤 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방안, 특임검사를 중심으로 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는 방안 등도 거론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검사장 회의 당일 내려보낸 추가 지휘사항을 두고 검찰 내부 뿐만 아니라 재야 법조계에서도 뒷말이 많다. 검사장 회의 상황을 비공식 통로로 청취한 뒤 언로를 사전 차단했다는 비판이다. 
 
추 장관 '추가 지시' 구설수 
 
추 장관은 3일 언론을 통해 "어제 시행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 공문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되었고, 통상의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수사의 결대로 나오는 증거만을 쫓아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 주장되는 수사팀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장관의 이런 지시는 오전 11시35분쯤 법무부가 언론에 공개했다. 대검에서 고검장들이 회의를 하는 시각이었다. 토론 중에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설치 방안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윤 총장도 참석해 있었다. 윤 총장은 고검장 회의에만 참석하고 재경지검장과 지방검사장회의에는 간단한 인사말만 하고 불참했다. 고검장 회의에서도 회의를 주재한다기 보다는 고검장들의 토론을 지켜봤다.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고위 검찰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회의 중 의견안이 나오자마자 법무부에서 해당 안에 대해 장관 지시에 반한다는 경고를 공표한 것은 추 장관이 윤 총장 뿐만 아니라 전국 검사장들에게도 경고를 보낸 것"이라면서 "실시간으로 검찰 고위간부들을 감시·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어느모로 보나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언로 차단, 상식 벗어나" 
 
비검사 출신인 원로격의 한 변호사도 추 장관의 추가지시에 대해 "이번 수사지휘는 윤 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검사장들이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통하는 상황에서 이런 추가지시를 내린 것은 언로를 막는 것"이라며 "'장관 지시니 검찰은 군말 없이 따르라'라는 식의 지휘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총장은 당일 대검 참모로부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간략히 보고 받고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구체적 내용은 주말이나 다음 주 월요일쯤 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숙의 시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입장은 다음 주 중반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검사장들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현행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대체로 동의한 만큼 윤 총장이 '전면 수용'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현행법상 맞지 않는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되 다만, 그 수위는 '재고 검토' 등의 차분한 입장 표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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