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변호인단 구성 검토 등 검찰 기소에 대응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하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명시적으로 불복하면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 관계자는 이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 중"이라고 했다. 심의위는 한 검사장 사건에 앞서 지난 6월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로펌 업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의 방패로 대형로펌과 전관들이 대거 포진한 역대 최강의 변호인단이 구성될 전망이다.
우선 대형로펌으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와 법무법인(유) 화우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가 기소된 형사 재판에서는 갓 퇴임한 서울고법 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팀장을 맡아 방어에 나서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법리와 재판 진행에 밝고 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제공 : 삼성전자)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규모 자체가 워낙 방대해 김앤장이나 그에 준하는 로펌이 아니고서는 재판 일정 자체를 소화해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지난 6월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구속영장청구서 총 150쪽, 수사기록은 400권 20만쪽 분량에 달한다. 검찰이 지난해 기소한 인원 전원에 대해 유죄를 받아 낸 증거인멸죄 부분은 영장청구 사유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재판 동향을 보면,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 2심 변호인단이 김앤장 한 곳으로 정리됐다. 지난해 12월9일 선고가 나온 1심 공판에서 이왕익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공동피고인 8명에 대한 변호에 동원된 변호사는 총 137명이다.
지난 5월25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오는 31일 4차 공판이 예정된 2심에는 김앤장 변호사 8명만이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1심에서는 각 피고인 당 김앤장 변호사 3~4명과 함께 송무에 강한 부티크 로펌인 법무법인 평안·율우 등이 합류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870명 가까이 되지만 무한한 자원이 아닌 만큼 이 부회장 사건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재배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우는 삼성물산에 10년 이상 법률 자문을 지원해 온 파트너 로펌이다. 범삼성가로 범위를 넓였을 때 2012년 2월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이맹희 CJ 명예회장 대리를 맡았지만 사적 성격이 강한 사건으로 이번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올해 1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고의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을 때에도 화우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검찰은 피해자 격인 삼성물산 쪽 변호인을 대동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취소했다. '증거인멸 사건' 1심에도 변호인단에 참여했다가 일찌감치 사임했다.
삼성을 잘 아는 전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두 대형로펌을 양 축으로 무게감 있는 전관 변호사가 '좌장'과 파트장을 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기소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2월에 퇴임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급 이상의 전관들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시기 법복을 벗은 한승 전주지법원장도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단계에서 전격 합류했다.
올 2월에 퇴임한 법관 총 28명 가운데 지법 부장판사 이상은 21명이다. 조해현 대전고법원장, 김기정 서울서부지법원장, 이정석·이진만·조용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도 한 전 원장과 함께 퇴임했다. 모두 대법관 물망에 올랐거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최고위급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이미 4년간 재판을 받고 있다. '불법경영 승계 혐의'로 기소된다면, 상고심 판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아버지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같은 해 7월1일 재판이 시작돼 2009년 5월29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지만, 일부 파기환송돼 같은 해 8월14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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