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고객님이 원하시는 색상은 재고가 달려서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보다 할인이 100만원 줄었습니다. 대신 다른 색상은 할인이 100만~150만원 늘었습니다. 가격 차이가 작지 않은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수입차 구매를 고려 중인 40대 직장인 강 모씨는 얼마 전 수입차 딜러로부터 전화를 받고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할인율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갑작스럽게 프로모션 조건이 바뀌면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평택항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수입차 모습. 사진/뉴시스
수입차 '고무줄 가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00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 공세가 보편화되면서 가격 할인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수입차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단 팔고 보자’는 관행도 수입차 고무줄 가격 현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달 3일 대형 SUV 신형 ‘투아렉’의 가격을 조정했다. 2월 초 신형 출시 당시 3.0 TDI 프리미엄 8890만원, 3.0 TDI 프레스티지 9690만원, 3.0 TDI R-LINE은 1억90만원으로 책정됐다. 가격 조정 후에는 각각 8390만원, 8990만원, 9790만원으로 300만~700만원 인하됐다. 신차 출시 후 6개월만에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생기는 건 이례적이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신형 투아렉의 가격을 최대 700만원까지 인하했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 측은 “더욱 많은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가격 재조정 및 특별 프로모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까지 투아렉을 구입한 고객들은 하루아침에 최대 700만원의 손해를 입었고 향후 중고차로 판매할 때 추가적인 손실도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아우디는 지난해 7월 ‘Q7 45 TFSI 콰트로’ 2019년식 모델의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당시 이 모델의 가격은 7848만5000만원이었지만 갑자기 10월부터 6500만원 수준으로 인하됐다. 사전계약을 했던 차주는 “사전계약자들은 업체와 딜러를 믿고 계약을 했고, 충성 고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항변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수입차 딜러들은 ’한정판매‘, ’차량 대수가 한정됐다‘, ’전무후무한 할인‘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고객을 현혹한다“면서 ”기습적으로 신차의 가격을 대폭 낮춘다면 사기 판매나 다를바 없고 수입차 가격을 믿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우디의 경우 사전계약 이후 갑자기 가격을 크게 인하하면서 사전계약했던 차주들이 반발하고 기자회견까지 진행됐다. 사진/김재홍 기자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기존 차량 재고를 소진해야 하거나 판매가 부진할 경우 파격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종합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BMW 530e Luxury의 출고가는 7810만원이지만 1250만원(16.0%) 인하된 금액에 구입할 수 있다. BMW 530i M Sport는 1030만원(-13.3%), 520d Luxury는 1200만원(-17.5%)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d 아방가르드와 E220d 4MATIC의 출고가는 각각 6920만원, 7440만원이지만 현재 594만원(-8.6%), 608만원(-8.2%)까지 할인된 조건에 구매할 수 있다.
올해는 일본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일본차의 가격변동 폭이 컸다. 닛산은 올해 국내 철수를 결정하면서 6월 폭탄세일에 돌입했다. 중형 세단 알티마 2.5 스마트의 가격은 2960만원이었지만 무려 1000만원이 할인되면서
현대차(005380)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맥시마도 1450만원 할인된 3070만원에 판매하는 등 재고 떨이에 나서자 물량을 구하려는 문의가 폭주하기도 했다. 혼다는 8월부터 ‘어코드 터보’에 대해서는 유류비 500만원을, ‘어코드 터보 스포츠’에는 유류비 200만원을 지원하면서 실질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볼보를 제외하고는 수입차 업계에서 가격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연말이나 신차 출시 직전에 기존 재고를 밀어내기 위해 ‘팔고 보자’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히려 고객이 수입차 딜러에 할인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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