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19일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모종화 병무청장이 "병무청 입장에서는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한 것과는 상반되는 답변이다.
한 이사장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재외동포재단 등 외교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이사장과 같은 재외동포 신분으로서 입영 시점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스티브 유, 유승준씨가 입국 불허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한 이사장은 "우선 유씨와 법적 지위가 다르다"며 "저는 재외국민인 재외동포고, 유씨는 미국 국적자인 재외동포"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선 다행히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 부분에 관해 독특한 제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게 과연 적당한지 모르겠다만 질문하셨으니 솔직히 답변하겠다"고 운을 뗐다.
한 이사장은 '간단히 해달라'고 재촉하는 이 의원의 만류에도 "이 말을 꼭 드리고 답변 드리겠다"며 "전가족 해외 이민으로 군대를 안 가도 됐는데 자발적으로 2번 자원입대를 해서 병역의무를 마쳤다. 이 문제에 대해 유씨 경험과 반대되는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독특한 입장을 갖고 있을 수는 있다"고 전제했다.
한 이사장은 그러면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서는 우리나라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입국을 허용하라고 했으면 저는 유씨 입국이 허용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국민 정서도 이해한다"면서 "무조건 법적으로 투쟁하기 전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을 유씨 본인도 충분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이사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이 의원은 "재외동포재단은 모국과 재외동포 간 교류협력증진사업을 하는데 병역을 기피한 재외동포를 어떤 입장으로 바라보는지, 만약 재단이 동포 대상 사업을 할 때 병역을 기피한 동포에 페널티를 줘야 되는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했다"며 질문 취지를 부연했다.
이 의원은 이어 "유씨의 입국 불허방침과 관련, 병무청과 재외동포재단이 상이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면서 "법 이전에 국민 정서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얻어내는 공론형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권에서는 한 이사장의 발언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하는 언급도 나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 질의 시작에 앞서 한 이사장에게 "제가 전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나 오늘 답변하는 것들이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면서 "유씨 입국을 찬성한다는 말씀은 굉장히 위험한 수위의 말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공직자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괜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남은 시간 신중한 답변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면서 유씨 입국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유씨는 한국에서 가수 활동 중 방송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2002년 1월 돌연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 회피 논란을 샀다. 이에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상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유씨의 입국을 불허한 바 있다. 유씨는 2015년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 지난한 소송 끝에 결국 지난 3월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LA총영사관에서 비자발급을 거부하자 다시 소송을 냈다.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를 당한 가수 겸 영화배우 유승준(미국명 스티브유)이 2015년 소송을 제기하며 논란 13년만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TV를 통해 심경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