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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유엔인권이사회의 미래는
입력 : 2020-10-18 오전 6:00:00
지난 8월20일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공항 카페에서 홍차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져 치료와 검사를 받은 결과 나발니의 혈액과 소변에서 노비촉 계열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고 한다. 노비촉은 구소련이 1970년대 군사용으로 개발해 보유 중인 독극물의 일종이다. 의식을되찾은 나발니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힌다. 
 
지난 6월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전격 통과해 자정부터 바로 시행됐다. 국가분열, 정권전복, 테러활동, 외세결탁 등 4가지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을 담았다. 홍콩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반중인사 탄압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법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3개월간 28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엔 15세 청소년도 있고, 대만으로 밀항하다 체포된 민주화 인사들도 다수라고 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특히 조직적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유엔총회 보조기관이다. 아프리카 13, 아시아 13, 동유럽 6, 남미·카리브 8, 서유럽 등 그외 7개국 등 지역별 총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이사국은 총회 비밀투표에서 절대과반인 96표 이상 득표를 얻어야 선출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보고서나,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반정부 시위 탄압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벨라루스내 대선불복시위 강경진압 사태 조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런 유엔인권이사회의 3년 임기 신임 이사국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이 선출됐다. 벨라루스, 시리아 사태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교전의 복잡한 배경과 러시아의 상관관계는 차치하더라도, 하필 '나발니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 만에, 홍콩 국보법이 시행된 지 석 달 반 만의 일이다. 이만큼 시의부적절할 수도 있을까. 지원국 수가 적어 경쟁이 없었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대응의 대상이 돼야 할 문제가 바로 직전 불거진 국가들을 이사국에 편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아이러니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민간인권단체 유엔워치는 선출 당일 "오늘은 인권 암흑의 날"이라며 "방화범 무리를 소방대에 배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유럽국가 교환유학을 마치고 파리에 들렀다 우연히 위구르족의 반중 시위를 본 적이 있다. 바로 전해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이미지를 탈바꿈 했다는 중국이 위구르 독립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전시됐다. 시선이 느껴져 보니 시위대 중 한 명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분노가 느껴지기에, 중국인으로 보이나 싶어 조금 뒤 자리를 옮겼다. 진지한 신념으로 가득찬 눈빛은 그 뒤로도 종종 떠오르곤 했다. 국제사회에 위구르 상황을 호소하던 11년 전의 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인권이사회의 존재 이유와 미래가 의심스럽다. 
 
최서윤 정치팀 기자(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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