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1일 강제징용 가해기업 자산 매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일 일본 외교당국이 자산 매각 중단 조치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내건 입장을 한국정부에 공식 전달한 데 이어, 스가 총리가 직접 이를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날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인도네시아 순방 중인 스가 총리는 이날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강제징용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에 대해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정부는 한국법원이 대법원 판결 불이행을 근거로 압류 중인 강제징용 손배소 피고기업의 한국내 자산 현금화 방지 조치를 한국정부에 요구해왔다. 당장 압류가 이뤄진 일본제철(신일철주금) 외에도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코크스공업(미쓰이광신주식회사) 등에 대한 추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스가 총리 취임을 계기로 그간 반목하던 한일관계를 개선할 기회로 꼽혀왔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으로, 정부는 오는 12월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재차 강제징용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일본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상하던 관계개선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다만 남관표 주일대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가 총리 취임 이후 강제징용 문제 관련 협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와 다른 부분도 있고 현실주의적인 어프로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진전된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이르면 내년 1월 이뤄질 의회 해산과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적 이유로 강제징용 문제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법원이 압류 중인 강제징용 가해기업 자산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에 매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AP·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