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에도 증가세를 보이면 정기예금이 0%대 금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 들어 자산시장 호황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841억원으로 전월 대비 0.13%(8416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감소하다 8월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갔다.
계속된 저금리에도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았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흘러들어온 영향도 미쳤다. 이에 5대 은행 정기예금은 9월 잔액이 635조7964억원을 기록하며 전월(628조6655억원)보다 7조1309억원 늘었고, 지난 10월에도 640조7257억원으로 4조9293억원 가량 증가했다.
다만 대출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비해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금융기관 예금금리는 0.88%로 집계됐다. 지난 6월 0.89%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 이후 5개월째 비슷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8월 2.55%로 저점을 찍은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앞서 정기예금이 늘어난 것도 은행권 특판 상품이나 계절적 요인 등이 겹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에게 정기예금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분간 정기예금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처를 찾기 위한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1113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3830억원 늘었다. 지난 10월에는 549조7283억원으로 9월보다 2조8581억원 감소했지만 11월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주요 은행들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이 4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