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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대화록 초본 삭제', 대법원에서 '유죄'
입력 : 2020-12-10 오후 1:57:55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 초본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 2심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으나 상고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문재인 정부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심리를 다시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사건의 쟁점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e지원시스템'의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는 시점과 삭제된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수정·보완을 지시한 초본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인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는 시점에 대해 '결재권자인 대통령이 결재하고 이로써 공문서가 성립된 이후'라고 봤다. 1, 2심과 같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초본 내용을 확인한 뒤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전자상 서명 생성)함으로써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로 생산이 완료된 것"이라고 판시,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 여부는 결재권자가 서명을 했는지 뿐만 아니라 문서에 대한 결재권자의 지시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시 문서관리카드에는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 회의록 생산 과정에 관여한 업무담당자들의 의사결정에 관한 정보가 포함돼 있고, 이런 내용들은 업무처리 과정에 관해 기록·보존돼야 할 사항일 뿐 아니라 후속 업무처리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또 "회의록은 개최된 회의의 일시, 장소 및 회의에서 이뤄진 발언 내용 등 객관적인 정보를 담은 문서이고, 이에 대한 결재의사는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의사"라며 "당시 대통령은 초본 내용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 및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자서명 및 처리일자가 생성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대통령이 서명 생성 과정에서 '대화의 내용을 한자 한자 정확하게 확인하고,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한 뒤 e지원시스템에 등재해, 해당 분야 책임자들에게 공유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정은 대통령의 결재의사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대통령이 결재 의사로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고, 첨부된 '지시사항'에 따른 후속조치가 예정되어 있었음을 고려하면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전달받아 회의록 초본을 만든 뒤 청와대 통합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 문서관리카드에 첨부한 뒤 결재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향후 해당분야를 맡게 될 책임자와 실무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본의 정확성과 완성도를 보강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조 전 비서관 등은 초본을 보강한 완성본을 백 전 실장 등을 거쳐 보고한 뒤 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자 혼동 위험성을 고려해 초본을 삭제했다.
 
이로부터 5년 뒤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남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과 관련해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공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이 논란이 계속되자 여야 합의로 대화록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까지 찾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결국 새누리당이 '사초 폐기'를 주장하며 백 전 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1·2심 모두 삭제된 대화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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