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신용대출 급증세가 이달 들어 잦아들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은행들도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상담사를 통한 대출 모집을 제한하는 등 유례없는 대출 조이기에 나선 탓이다. 향후 증가 추이를 살펴 추가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134조2363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5438억원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 대비 4조8495억원 가량 폭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13일 이후 대출 가수요까지 몰리면서 보름새 3조9894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증가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규제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던 규제를 고소득자 신용대출에도 적용했다. 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년 안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증가속도가 늦춰진 건 당국의 대출 규제에 앞서 수요자들이 미리 신용대출을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집중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도 작용했다. 더구나 은행들은 당국에 보고한 대출총량을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와 한도를 낮추는 것 외에도 주력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을 포함한 직장인 신용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받지 않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기존 2억5000만~3억원에서 2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음주 중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도 제한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조만간 '닥터클럽대출'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5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5000만원까지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1억원을 넘는 가계신용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존 대출의 한도 증액 시에도 1억원을 초과하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타행 대환 주담대도 연말까지 판매를 중단했고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청도 당분간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