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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ETN 다양화 유도했지만…원유 레버리지 투자자 쏠림 여전
대형 증권사, 지수ETN 출시 잇따라…"안정성 높이다보니 관심 저조"
입력 : 2020-12-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이 상장지수채권(ETN) 시장 활성화 대책 이후 다양한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출시를 허용했지만 변동성이 큰 원유 레버리지 상품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ETN은 원자재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채권 형태의 상품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6개 ETN이 신규 상장했다. △하나금융투자의 하나KRX300 ETN △NH투자증권의 QV 아이셀렉트(iSelect) 글로벌 EMP ETN(H) △미래에셋대우의 미래에셋 KRX금현물 Auto-KO-C 2312-10 ETN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인버스 2X Russel2000 ETN △신한 인버스 Russel2000 ETN △신한 레버리지 Russell2000 ETN이 거래를 시작했다.
 
이번에 상장된 ETN 중 다수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규제완화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ETN 출시 환경을 조성하고자 ETF처럼 ETN도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할 수 있게 했다.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ETN 출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증권사가 직접 개발한 지수에 연동한 상품도 상장할 수 있도록 자체지수산출을 허용했다.
 
'하나 KRX300 ETN'은 KB증권에 이은 두 번째 시장대표지수 추종 상품이다. 'KB KRX300 ETN'의 12월 현재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억원 수준으로, 184종목 중 거래대금 상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자재 레버리지·곱버스가 상위권을 모조리 차지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측에 따르면 몇개 증권사들이 추가로 KRX300 레버리지형 ETN 출시를 검토 중이다.
 
'QV 아이셀렉트(iSelect) 글로벌 EMP ETN'은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 지수를 추종한다. NH투자증권이 개발한 'iSelect QV 글로벌 EMP TR 지수(QV EMP)'는 해외주식, 채권,원자재 등과 관련된 ETF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다.
 
올해 원유 ETN과 레버리지·곱버스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ETN이 투기 상품이라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번 상품들은 안전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레버리지와 곱버스는 각각 추종 지수 변동성을 양·음으로 2배 따라가는 상품이다. QV 글로벌 EMP ETN은 자산배분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며, '미래에셋 KRX금현물 Auto-KO-C 2312-10 ETN'은 다른 원자재 선물 ETN과 달리 손실제한형이다. 퇴직연금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4~5월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을 중심으로 과도한 ETN 투기 수요가 발생하자 지난 5월 투자자 보호를 위해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과 반등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몰리자 당국이 레버리지·곱버스 투자는 제한하는 대신 ETN 다양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건전화 방안 이후 업계에선 신규 ETN 상장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주력 상품인 레버리지와 인버스가 규제를 받으면 ETN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고, 다양성 상품들 역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도전을 감행한 건 KB증권이었다. 지난 9월엔 최초 시장대표지수 추종 ETN을, 11월엔 'KB KRX ESG 에코(ECO) ETN'을 출시해 최초로 친환경 기업활동에 힘쓰는 종목들로 구성된 지수를 벤치마킹했다. ECO ETN 역시 12월 평균 하루 거래대금이 4억7000만원으로거래 상위 2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ETN 시장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하반기 들어 ETN 거래대금은 일평균 500억여원을 유지해왔으나 12월 들어 4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평균인 200억여원에 비하면 늘은 수준이지만 4월 '원유 버프'로 4000억원 넘게 거래된 것에 비하면 급감했다. 여전히 원유와 레버리지·곱버스 상품 만큼의 매력을 가진 ETN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거래 상위 10위 종목은 여전히 KB KRX300 ETN을 제외하고 모두 원자재 레버리지·곱버스 ETN이다. 하루 평균 3조원 넘게 거래되는 ETF 시장에 비해서도 규모가 약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건전화방안이 시행되면서 조금씩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최근 ETN들이 상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많이 상장되지 않았다"며 "시장대표지수 ETN 등 다양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여전히 증권업계에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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