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원저작자와 한국어판 발행권자의 허락 없이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와 고씨가 운영하는 D사에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D사는 이 작품의 원저작자 또는 한국어판 발행권자인 S출판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지난 2005년 4월부터 2005년판 '대망' 1권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지난해 3월 2판 18쇄까지 발행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집필해 일본 출판사 G사에서 출판한 소설이다.
이 작품의 앞부분을 번역해 1975년 4월부터 1975년판 '대망'이란 제목으로 판매해 온 D사는 1996년 7월 개정 저작권법 시행에 따라 수정· 증감하지 않은 상태로만 발행할 수 있고, 원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보상을 의무가 있었다. 이후 S출판사는 1999년 4월 G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2000년 1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D사가 S출판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는데도 1975년판 '대망' 1권이 발행된 지 상당한 기간이 경과돼 맞춤법, 조판방법, 외래어 표기법 등이 개정되자 번역가 A씨에게 의뢰해 1975년판 '대망'의 내용을 수정·증감한 후 무단으로 복제·배포하는 방법으로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고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D사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2005년판 '대망'을 발행해 판매한 행위는 1996년 부칙 제4조 제3항이 허용하고 있는 기존의 2차적 저작물은 1975년판 '대망'의 이용 행위라고 볼 수 없고, 회복 저작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어판에 관한 저작권을 새로이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양형이 부당하다는 고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고씨와 D사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5년판 '대망' 1권은 1975년판 '대망' 1권과의 관계에서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이 정하는 회복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의 이용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1975년판 '대망' 1권과 대비해 2005년판 '대망' 1권에는 인명, 지명, 한자 발음 등을 개정된 외국어 표기법이나 국어 맞춤법에 따라 현대적 표현으로 수정하거나 번역의 오류를 수정한 부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자주 쓰이는 유사한 단어를 단순하게 변경하거나 조사를 생략 또는 변경하거나, 띄어쓰기를 수정한 부분들이 다수 있으나, 이러한 부분들은 양 저작물 사이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75년판 '대망' 1권과 2005년판 '대망' 1권에 차이점들이 있지만,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의 양적·질적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2005년판 '대망' 1권은 1975년판 '대망' 1권을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했지만, 사회 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와 고씨가 운영하는 D사에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