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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모펀드 제재·배상 속도내지만 산 넘어 산
금감원 "내년 2분기까지 제재·배상 완료" / 대신증권·신금투는 일정 불투명 / '사후정산' 방식 설득 관건
입력 : 2020-1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일정을 내놨지만 사모펀드 손실 확정이 되지 않은 사안은 로드맵에서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권고하는 선제적인 분쟁조정을 위해선 금융사들이 '우선 배상·추후 정산'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받아들일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복잡한 쟁점이 적은 사안을 우선적으로 분쟁조정 링 위에 올려놓고 해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인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 대한 제재심이 지난 11월 마무리됐으나, 그 다음 절차인 분조위 일정에는 우선 KB증권만이 포함된 상황이다. 전날 '라임 등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 제재 및 분쟁조정 추진 일정'을 통해 제재심과 분조위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분쟁을 금감원이 해결하는 기구다. 최근의 금융사고들은 사안이 복잡해 계약 취소 사안인지, 판매사가 불완전판매 책임으로 일부 또는 전액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사안인지 여부가 중요해져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분쟁조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엔 검사-제재심-분쟁조정의 일정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감원 관계자에 다르면 KB증권이 라임펀드 관련 두 번째 분조위 대상이 된 이유는 △판매 규모가 비교적 작고 △모펀드 1개에 연루돼 판매액 추정이 수월했으며 △금감원이 제시하는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첫 라임펀드 분조위는 지난 6월 말  플루토 TF-1호(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5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4개 라임 모펀드 가운데 판매 규모가 가장 작았다(2400억원). 분쟁조정이 어렵지 않은 사안들 순서로 일정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KB증권은 환매 중단된 '라임 AI스타 1.5Y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3호(라임AI스타 시리즈)'를 483억원어치 판매했다. 여기에 연루된 모펀드 개수는 1개(플루토 FI D-1호)로 비교적 단순하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반면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무역금융펀드, 국내사모사채펀드, 국내 메자닌펀드 등 다양한 펀드를 보다 큰 규모로 팔아 KB증권보다 사안이 복잡하다. 신금투는 4개 모펀드 전체를 3248억원어치 팔아 판매한 자펀드 개수만 44개에 달하며, 라임 무역금융펀드 888억원을 제외해도 여전히 판매규모가 증권사 중 가장 크다. 대신증권도 3개 모펀드에 속하는 자펀드를 1076억원어치 판매해 신금투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팔았다.
 
실사 결과 사실상 전액 손실이 확정돼 판매추정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수준인 KB증권과 달리 신한, 대신에 대한 실사와 손해액 확정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몰라 이번 분조위 로드맵에서는 빠지게 된 것이다.
 
또한 신속한 분조위 착수를 위해선 금감원이 신금투와 대신증권으로부터 사후정산 방식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방침에 대해 '판매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쟁조정은 본래 펀드의 환매·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된 이후에야 가능한데, 금감원은 금융사와 합의해 미상환금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분조위에서 정하는 배상비율에 따라 우선 배상하고 추가회수액도 배상 비율에 부합하도록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후정산 분쟁조정 방식에 동의한 KB증권과 달리 신금투와 대신증권으로부터 빠른 동의를 얻어내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아직 검토하고 있거나, 금감원 측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부분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판매사들 중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하는 곳이 있다면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분쟁조정 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라임펀드의 경우 손실 확정까지는 적어도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해 추정손실액으로 분쟁조정에 착수하지 않으면 분조위가 기약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 
 
옵티머스 사건 역시 라임사태에 비춰보면 제재심, 분조위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법률검토결과 옵티머스 펀드 판매에서 계약취소 사유가 확인되면 손해확정 전이라도 계약취소를 위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계약취소 사유가 어려울 경우 금융사와의 합의가 필요해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옵티머스의 경우 라임과 달리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까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판매사뿐 아니라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내년 2분기 중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신한금투(독일헤리티지펀드)와 기업·하나은행(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대상 분쟁조정에도 역시 '금융사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할 경우' 진행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금감원은 "여타 펀드에 대해서도 검사·제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판매사와 협의해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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