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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제재에도 드라마 잘 나가면 끝?
공익보단 안정된 시청률 필요한 지상파
입력 : 2021-01-05 오후 2:37:4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SBS 월화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하고 시청 등급 조정을 요구했다.
 
SBS는 지난 해 1027일 방송된 펜트하우스를 통해 드라마 주요 배경인헤라팰리스에 거주하는 중학생들이 중학생 신분을 속인 과외교사 민설아(조수민 분)를 수영장에 빠뜨리고 뺨을 때리거나 폐차에 가두고 샴페인을 뿌리자 괴로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 주단태(엄기준 분)가 민설아를 구둣발로 짓밟으며근본도 없는 고아라고 말하는 내용 등을 ‘15세이상시청가등급으로 방송하고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
 
방심위는 방송사 자체 심의에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집단 내 괴롭힘을 자극적, 폭력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15세이상시청가로 방송한 것은 물론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하는 등 지나친 상업주의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펜트하우스의 자극적 전개는 어느 정소 예견됐던 바다. ‘펜트하우스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는 지난 2018년 방송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황후의 품격은 임산부 성폭행, 시멘트 생매장 등의 자극적 묘사로 인해서 방심위로부터 4차례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간접 광고로 인해 법정 제재를 받은 것과 달리 생명존중, 폭력 묘사, 인권보호 등으로 관계자 징계 및 등급조정 요구, 경고, 주의 등을 받았다. SBS1년 전 방심위 법정 제재를 4차례나 받은 작가와 PD를 다시 메인 드라마에 불러들인 것이다.
 
SBS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시청률이 결국 광고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나 모바일 서비스 등 온라인 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대중매체로 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TV 광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 방송광고비는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지상파TV 광고 매출액은 12.5% 감소했다. 그런 상황 속에 지상파 시청률이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김순옥 작가는 출전 자격이 없지만 출전을 특별히 허용한 와일드 카드와 같은 존재다. 매 작품 논란을 야기해 방심위 제재를 받아 기용하기 껄끄럽지만 막상 출전 시키면 조커의 역할을 하는 존재. 김순옥 작가의 성적표는 화려하기만 하다. MBC ‘왔다! 장보리는 최고 시청률 37.3%, MBC ‘내 딸, 금사월34.9%, SBS ‘언니는 살아있다는 최고 시청률 24%을 기록했다. 주동민 PD가 연출을 맡은 SBS 드라마 리턴역시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를 기록했다.
 
더욱이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 10%대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펜트하우스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9.2%를 기록해 2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에 안착했다. 그 결과 펜트하우스20회 연속 월화극 시청률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SBS 입장에서는 저조한 시청률 속에서 숨통을 틔워준 고마운 작품일 수 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과거 같으면 자체 징계를 받은 이들이 메인 드라마를 맡는 것만 봐도 시청률에 급급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심위 역시 드라마 심의에 대한 권한에 한계가 있기에 적극적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단과 외부 신고를 통해 유해 내용을 살핀다. 유해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 되면 주 2회 열리는 소위원회를 통해 권고나 의견 제시 등 행정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드라마는 보도와 달리 픽션을 다루는 예술 영역이다 보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 신중히 심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례로 태양의 후예’ 8회에서 극 중 서대영 상사(진구 분)가 위기 상황에 욕을 하면서 분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심위는 저속한 표현, 비속어 사용을 금지한 방송심의규정 제27(품위 유지)와 제51(방송언어)에 따라 태양의 후예내용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시청자 반응 역시 드라마 내용상 필요했다는 의견과 지상파에서 욕설 장면이 심하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당시 방심위는 맥락규정사이에서 어떤 부분을 우선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공급되는 콘텐츠의 양이 많다 보니 심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방송 심의국은 방송심의기획팀, 지상파방송팀, 종편보도채널팀, 전문편성채널팀, 방송광고팀, 상품판매방송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송심의국은 국내 340개 방송국 TV, 라디오, 위성, 케이블 등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녹화해 직원들이 모니터링을 한다. 자체 모니터링단의 인력 한계로 인해 외부 신고에 어느 정도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외부 신고의 경우 프로그램 인기 여부가 어느 정도 적용이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시청자 수가 많을수록 외부 신고 비중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 수가 적기 때문에 외부 신고 비중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이 좌우하던 시대가 끝나고 콘텐츠가 힘을 얻는 시대다. 지상파 방송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다 보니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의 공적 책임도 결국 먹고 살만 해야 챙길 수 있는 각박해진 상황. 그렇기에 방심위의 제재에도 드라마가 잘 나간다면 그만인 행태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펜트하우스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박은석, 윤주희, 하도권. 사진/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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