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에 대해 법무부가 장관의 직권 권한을 내세우면서 위법성 논란에 대응했다.
법무부는 16일 입장문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심야 해외 출국 시도에 따라 이뤄진 긴급출국금지 일부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출국금지 자체의 적법성과 상당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며 "수사 기관의 요청 없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등 사건의 경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따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개시돼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김 전 차관이 출석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행방불명과 국외 도피 가능성 등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러므로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판단해 직권으로 출국금지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면서 "만일 긴급출국금지 요청이 없었다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라도 했을 것이며, 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의 출국금지 권한에 관한 기본 조항인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은 '관계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란 문구가 없으며, 단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도 출국금지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만 법무부 장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한지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통상 실무상으로는 수사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해당자의 '출국의 부적당 여부'를 판단해 출국금지가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통상적인 실무가 이렇다고 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수사 기관의 요청이 없었지만, 지난 2013년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즉, 수사 기관의 요청이 없더라도 객관적 정황상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오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대한 탑승 수속을 밟았다. 김 전 차관은 같은 달 15일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소환 요청에 불응한 후 잠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3월23일 0시8분쯤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인천공항에 접수했고, 직후인 0시10분쯤 김 전 차관은 긴급출국금지됐다. 당시 요청서에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번호가 기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달 6일 "대검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로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기재한 출국금지요청서로 출국을 막았다"고 주장하면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이 수사 의뢰한 사건은 같은 달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다. 이후 관련 논란이 확대되자 대검은 지난 13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다시 배당했다. 이정섭 부장검사는 김학의 특별수사단에서 김 전 차관을 수사했고, 공판까지 담당했다. 대검은 반부패·강력부가 이 사건을 지휘하도록 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자유연대 등 8개 보수 단체는 지난 14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김태훈 법무부 감찰과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이규원 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김학의 특별수사단은 지난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6부터 2008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총 13차례에 걸쳐 성 접대를 받고, 검사장 승진 축하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것을 포함해 총 3100만원의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현금, 상품권, 차명 휴대전화, 법인카드 등의 형태로 총 516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같은 해 11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금품 수수와 성 접대 향응 등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도과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 중 4300만원 상당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차관을 법정 구속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0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