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익숙하지 않음은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색함, 불편함을 조금 견뎌내면 의외로 빠져드는 묘한 영화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2021년 지구, 노란색 액체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해 인류가 위기에 처하고 지하 벙커로 피신한 외계인 연구 동호회 멤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도심 상공에 떠 있는 UFO의 공격으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다급히 무전을 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멘트까지.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지구가 위기 상황임에도 태하명(태항호 분)은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고 백마탄(김규종 분)과 윤미미(윤재 분)는 마치 소개팅 자리에 나온 남녀처럼 행동한다. 이들의 촌극에 실소를 연발하게 된다.
하지만 도건태(조병규 분)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변한다. 전 여자친구 배수진(배누리 분)이 알려준 정보를 듣고 지하벙커로 찾아온 그는 동호회 멤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심을 받는다. 거기에 스톤창(전재형 분)과 윤진상(윤진영 분)이 합류하면서 갈등을 빚는다. 수진까지 모두 합류한 뒤 8명은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게 대항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는 해결 방식이나 내용이 다시금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건태만이 유일하게 관객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특히 노란색 외계인 괴물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는 다른 아닌 물총이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용액이 물파스. 이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신하균 분)가 외계인을 고문하기 위해 물파스를 사용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와 ‘지구를 지켜라’는 비슷한 분위기다. 병구가 외계인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심지어 관객조차 이를 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8명의 동호회 사람들은 꽤 진지하게 외계인의 대한 대처와 대응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행동이 그저 정신 나간 이들의 행동처럼 느낄 뿐이다.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사장(백윤식 분)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병구의 말이 맞다는 사실에 관객이 충격을 받는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역시 결국 8명의 동호회 사람들을 믿어주지 않는 관객에게 나름의 충격적 결말을 선사한다.
지하 벙커라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이 풀어가는 서사가 이야기의 얼개를 헐겁게 한다. 특히 제목처럼 벙커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외계인을 찾기 전까지의 여정이 너무 길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누구 몸 속으로 외계인이 들어 갔는지를 추리하는 과정이 어설프다. 물론 독립영화가 가진 한계인 탓도 있다. 더구나 러닝타임 79분인 영화의 촬영 시간은 단 3일뿐이었다. 나름 투박하고 거친 맛이 독립 영화만의 맛이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을 한 셈이다. 2월3일 개봉.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