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개인투자자(개미) 간 힘겨루기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3월15일까지 예정됐던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했으나, 금지 기간을 또다시 연장했다.
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공매도 재개 입장을 고수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에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미국의 반(反) 공매도 세력이 주도한 ‘게임스톱 사태’까지 겹치자 만약 공매도 재개로 증시가 하락할 경우 돌아오게 될 비난을 감당하기 버거웠을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일정부분 받아졌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이번 공매도 금지 재연장 계획을 밝히면서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 공매도는 5월3일 재개한다고 못 박았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개미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공매도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며 완전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실시간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탓이 크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면서 ‘불법공매도 처벌강화’, ‘개인투자자 공매도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안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은 완전한 불법 차단을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 접근성과 자금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개인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법무차입공매도 감시 시스템이 미비해 재개될 경우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공매도는 증시 유동성을 확대하거나 주식 가격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순기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채 재개할 경우 최근에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일부 개인투자자 세력의 군집 행동이 증시를 뒤흔드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관과 개인, 정부와 개인간 공매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기기간 여러 가지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공매도 재개까지 두달 남짓한 시간 개인의 제도 불신을 불식시킬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가서도 자본시장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전쟁터로 남을 수밖에 없다.
증권부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