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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학폭 미투를 넘어 예방으로
입력 : 2021-02-16 오전 6:00:00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배구 팬들의 사랑을 받던 미모의 쌍둥이 자매 선수들이 오래 전 학창시절의 폭력(학폭) 사실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면서 사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였다. 자매들은 피해자에게 과거의 일에 대하여 사과하였지만, 최근에 키가 작은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적절한 비하발언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폭로하는 ‘미투’(#MeToo)의 물결이 젠더(성) 영역을 넘어 학폭에까지 번진다.
 
젠더나 학폭에서의 미투는 수십년 전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효가 없다. 법률의 심판과 도덕의 심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에서의 악행은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러도 저승에서 심판을 받듯이 양심의 법정은 종신 동안 어쩌면 사후에도 작동된다. 어쩌면 도덕과 양심의 심판은 정의로 포장되거나 위장된 그래서 때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혼란을 초래하는 법의 공방보다 훨씬 깊고 예리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가해자들을 추적·공격하는 미사일과 같다.
 
학폭에 대한 미투나 이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가해자들이 퇴출되거나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처벌 받을 짓을 저질렀으니 저렇게 당해도 싸지'라면서 과거의 악행에 대한 처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뿐, 미래에 대한 재발방지에 소홀하다. 하지만 학폭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투를 지켜보는데 멈추지 말고 예방에 주력하여야 한다. 은밀하고 위장된 폭력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과 가정에서도 빈발한다.
 
학폭의 특성과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은밀하고 교묘한 폭력에 자주 희생되는가를 알 수 있다. 학폭은 가해자들의 비뚤어진 심성이나 조폭 기질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측의 환경이나 여건도 작용한다. 피해자의 부모이력, 가정환경, 학업능력, 용모언행 등 여러 요인들이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가해자들은 못된 심성으로 말미암아 피해자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종래 자기들이 누렸던 기회들이 사라짐에 대한 방어와 보복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학폭은 개인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폭력이나 집단따돌림(왕따)으로 번지기도 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왕따를 유발하면서 물리적 폭력을 즐긴다. 학교나 마을의 또래들은 가해자 집단에 편성되거나 아니면 가해자들의 위세에 눌려 학폭에 방조하거나 묵시적으로 동조하면서 피해자를 비웃거나 고립시킨다. 동조자들은 피해자에 대하여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원색적인 욕을 써가면서 비난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집단에 철저히 복종하여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하거나 금품을 상납하면 일시적으로 모면할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가해자들은 또 다른 구실을 붙여 피해자를 괴롭힌다. 피해자가 선생님께 일렀다가는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독버섯 같은 학폭을 근절하기 위한 효과적 대응이나 예방이 절실하다. 학교 선생님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학폭을 감시하지만 폭력의 일상화 내지 둔갑으로 인하여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거나 시효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인지감수성이나 성차별금지에 관한 교육처럼 학폭과 따돌림에 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폭언과 폭행에 대한 감시와 후견이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10명의 포졸이 1명의 도둑을 잡을 수 없다'는 말처럼 소수의 선생님들이 다수의 악동들을 다 감시하기 어렵다.
 
학폭에 취약한 각 교실과 마을에 후견인단과 감시단이 활동하여야 한다. 교실에서는 2~3명의 급우들이 안테나를 세워 선생님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다. 마을에서는 더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나 어른들이 상시 감시활동을 펴고 후견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은 권역별 감시본부를 통하여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마을 후견인이나 감시단에 대하여서는 공공근로나 그밖의 형태로 대가를 지급할 수도 있다.
 
작은 폭력이 큰 폭력을 부른다. 각급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경찰서 및 지방의회는 학폭이나 동네폭력에 대하여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인력을 재편하여야 한다. 후견인이나 감시단은 코로나19로 급증하는 휴업이나 실업에 당면하여 약간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소액의 이전소득이나 기본소득 대신에 이에게 체계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을 통하여 감시와 후견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학폭에 당면하여 미투와 도덕의 법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예방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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