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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빛과 철’ 입장차이에 비롯된 각자의 주관
인간의 양가적 태도 담아낸 미스터리 영화
입력 : 2021-02-15 오후 3:51:5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각자가 처한 입장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도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 빛과 철은 자신이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주관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를 되묻게 만든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칠흑 같은 밤에 벌어진 사고. 한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멈춰 있고 또 다른 차량은 가드레일 옆에 부서진 채 서 있다. 사고가 난 상황만 보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장면이다.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조금의 관심도 없는 듯 무심하게 지나가는 한 대의 차량까지. 기묘한 상황에 자연스레 집중을 하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 여자는 어딘가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횡단보도 맞은 편에서 한 여자를 알아보고는 마치 귀신을 본 것마냥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두 사람의 행동만으로는 누가 가해자의 가족이고 누가 피해자의 가족인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렇게 두 여자의 숨바꼭질 아닌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은 한 직장 안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 가해자 가족인 희주(김시은 분)와 피해자 가족인 영남(염혜란 분). 희주는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죄책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영남과 희주의 관계가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단순히 피해자라고 여겼던 영남의 남편에게 의문점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남에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점차 미스터리로 빠져든다. 어느 순간 관객이 각각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부여한 가해자, 피해자가 뒤바뀌게 되면서 혼란스러워진다. 교통사고도 그렇지 않은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순간에 바뀌는 것처럼 영남과 희주의 처지가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빛과 철 염혜란, 김시은. 사진/찬란
 
그러면서 영남과 희주는 각자의 입장 안에서 자신의 주관을 내세우며 날을 세워 대립을 한다. 각자가 처한 현실이 이해가 되기에 영남이 옳다, 희주가 옳다고 쉬이 단정을 지을 수 없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감정이 부딪힐 때마다 영남과 희주가 힘겨워 하는 만큼 관객들 역시도 정신적으로 괴롭고 힘이 든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벗겨지는 순간 관객은 교통 사고 당일의 전말이 무엇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려는 순간 제3의 변수가 등장해 관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주목을 받은 염혜란은 교통사고 이후 의식불명이 된 남편과 남은 딸을 위해 간병과 출근을 반복하며 고단한 일상을 버티는 영남 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무엇보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무심한 표정, 서늘한 분위기가 영남이라는 인물의 좌절과 고통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김시은은 불행에 짓눌린 희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나약해진 모습, 진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과 좌절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극을 이끌어가는 염혜란과 김시은은 각각의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고 때로는 강렬하게 그려냈다.
 
염혜란, 김시은을 통해 빛과 철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타인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 때문인지, 옳다 믿고 있는 자신의 주관이 과연 타인의 입장에서도 옳다 할 수 있는 지, 인간의 양가적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오는 18일 개봉.
 
빛과 철 염혜란, 김시은. 사진/찬란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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