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별 3%룰’이 첫 적용되면서 경영권 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표대결이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3%룰’이 처음 적용되면서 다수의 상장사들에 감사 선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3%룰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기존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면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이전에는 주총을 통해 이사를 일괄 선임한 뒤 이 중 감사위원을 선출해 왔지만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하면서 최대주주의 의결권까지 제한되자 새 감사위원을 선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발표한 ‘2021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의 영향을 받는 대상은 총 206개 기업, 352명의 감사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상법 개정으로 한진칼·한진·금호석유화학 등의 기업들이 주총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진칼의 경우, 올해 정기 주총에서 지분 10%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 진입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계열사인 한진의 경우 한진칼과 우호세력인 GS홈쇼핑 등의 우호지분율이 38%이지만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 가능 주식수가 18%대로 줄어든다. 이에 한진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2대 주주 HYK파트너스(지분 9.79%)와 지분 격차가 좁혀졌다. 소액주주들이 HYK에 힘을 보탤 경우 HYK가 추천하는 인사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10%)인 박철완 상무가 최근 배당 확대 및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예고됐다. 현재 사외이사 7명 중에 4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은 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해외자본이 ‘지분 쪼개기’로 지분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개별 3%룰에선 의결권 표준편차가 높아 ‘지분 쪼개기’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1월6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