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를 떠받친 개인투자자들의 증권계좌 예탁금이 한달새 4조원 가량 줄었다. 코스피가 한달넘게 조정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들의 투자 여력은 여전하지만 주식 거래대금도 줄었다. 상당 부분 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향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정 국면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예탁금이 증가할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계자 투자예탁금은 지난 1일 68조2911억원에서 전일 64조6899억원으로 이달 들어 3조6011억원 감소했다. 예탁금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12일(74조4559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가까이 빠졌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으로 예탁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도 감소했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26조4778억원, 15조6186억원으로 매일 국내증시에서 42조964억원이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 거래대금은 32조2846억원으로 10조원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개인의 일평균 순매수금액도 1조2927억원에서 4703억원으로 63.6% 감소했다.
주식 거래대금과 예탁금이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증시로 몰리던 ‘머니무브’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은 유동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동학개미’들의 일부 자금은 다른 투자처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국내증시에서 빠진 개인투자자들의 일부 자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로 향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최근 급격히 늘었다. 작년 12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7조20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18조3000억원으로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빗썸의 거래대금도 5조1000억원 12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일부 자금은 주택시장 대기 자금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지난달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발표했으나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부동산 거래를 위한 현금을 모아둘 수 있다. 당장 주택시장 거래가 늘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을 관망하면서 곧바로 투자에 나서기 위해 대기성 자금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자금 유입 여력이 아직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금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 60조원대 수준으로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증시 조정기간 숨 고르기에 들어선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이나 부동산은 주식투자와 성격이 달라 급격한 자금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시 조정기간이 길어질 경우 개인자금은 다른 투자처로 옮겨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