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증시를 달구던 제약·바이오주들이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규상장(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분위기를 바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스피 상장을 위해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후 9~10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바이오의약품의 CMO·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노바백스와 협업하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으로 백신 위탁생산과 관련된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녹십자(006280) 등 CMO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 올릴 것이란 판단이다.
제약·바이오주들은 연초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 안팎으로 횡보한 올 1월부터 전일까지 KRX 헬스케어 지수는 17.31% 감소했다. 연초 대형주들이 급등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허위공시, 임상실패 등 악재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 됐기 때문이다.
1월 오스코텍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임상2상 실패에 이어 2월에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상중단,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논란 등 연이은 악재로 작용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CMO 기업들도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국내 의약품 CMO·CDMO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올해 10% 가까이 하락했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이 CMO 기업에 대한 재평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글로벌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코로나19 백신 캐파로 생산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백신메이커들의 기술이전과 CDMO가 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 대응과 백신 자급화 계획 등으로 바이오의약품 CMO사업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백신 자체 생산 비중은 27%에 불과하며, 노바백스와 화이자는 41% 수준이다. 캐파 확대가 시급한 만큼 CDMO 계약도 늘고 있다. 2월말 기준 코로나19 백신 주요기업들의 CDMO 계약은 총 42건이며, 기술이전 계약은 22건이 체결됐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도 위탁생산 계획을 밝혔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기업들은 CDMO·CMO 계약과 국가별 로컬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 캐파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캐털란트와 어머전트, 스위스의 론자 등은 2020년 백신 CMO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주가가 우상향했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CMO·CDMO가 부각되면서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069620)과
한미약품(128940)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선두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공장 신설에 들어갔다.
증권가에서도 바이오의약품 CDMO·CMO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신영증권이 지난 2일 녹십자 목표주가를 43만원으로 상향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월 초 주가가 70만원대로 하락했으나 증권사들은 여전히 목표주가 1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계약 제품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백신 공급이 시급한 만큼 1분기내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신 수주 등으로 녹십자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분류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