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여자배구선수 이재영, 아다영 자매로부터 시작해 연예계로 옮겨 붙은 학교 폭력 사태가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는 무난하게 층격을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예계 ‘학폭’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상장기업들의 최근 주가는 큰 변화가 없거나 단기 하락을 딛고 반등하는 중이다.
드라마 방영 도중 주연배우가 하차하는 사태를 낳은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빅토리콘텐츠가 제작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온달 역을 맡은 지수는 학폭 피해자의 폭로에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하차했다. ‘달이 뜨는 강’은 KBS2TV 월화드라마로 예정된 20부 중 2회분을 남겨두고 사전제작된 상태였다. 고작 6회분이 방영된 시점에 논란이 터졌고 본인이 곧바로 인정하면서 남은 분량을 방영할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방송국과 제작사는 논의 끝에 대체배우를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급박하게 일주일 후 7회분부터 온달의 등장 신을 최소화하며 재촬영에 돌입했다.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촬영으로 피해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재촬영 비용은 물론 판권 판매에서도 제값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재촬영으로 방영 공백은 막았지만 물의를 일으킨 배우 당사자와 소속사, 드라마 제작사,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국이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문제로 남았다. 지수의 소속사는
키이스트(054780), 학폭이 터졌을 당시 주가는 1만9000원에서 1만4000원까지 추락한 후 최근 들어 추스르는 중이다.
달이 뜨는 강의 제작사는 빅토리콘텐츠다. #빅텐츠라는 이름으로 코넥스 시장에 상장돼 있는데 상당한 악재가 터졌음에도 주가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하루 거래량이 5000주를 넘는 날이 드물 정도이다 보니 충격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BS2 채널에서 금토 드라마로 방영할 예정이었던 ‘디어엠’은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주저앉았다. 주연배우 박혜수의 학폭 논란이 터진 탓에 방송국이 방영을 유보한 것이다.
박혜수의 학폭 의혹은 연예계 학폭 논란 중에서도 초기에 터지는 바람에 소속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의 주가는 2월 초부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또한 박혜수와 소속사가 학폭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으나 여론은 이에 냉담해 다른 관련주들과는 달리 주가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디어엠도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은 KBS가 설립한 제작사라는 차이점이 있다. 몬스터유니온의 주식지분은 KBS미디어가 50%, KBS와 KBS N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KBS미디어가 K-OTC시장에 등록돼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회사 주식 거의 전부를 계열사가 갖고 있다 보니 유통되는 주식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2018년 수백 주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2020년 이후엔 단 1주의 거래도 나오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그룹 에이프릴의 멤버 나은이 하차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도 60% 정도 촬영한 상태다. 촬영분량이 비교적 적고 나은이 주연이 아니어서 ‘달이 뜨는 강’이나 ‘디어엠’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모범택시’의 제작사 스튜디오S는 SBS드라마국을 분리해 설립한 더스토리웍스가 전신이다.
SBS(034120)의 100% 자회사이므로 SBS에 악재인 것은 맞는데. SBS의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SBS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도 학폭 사태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범택시’의 악재보다는 화제작 ‘펜트하우스’의 긍정적 영향이 더 커 보인다. ‘펜트하우스’는 스튜디오S와
초록뱀(047820)이 함께 제작했다.
아이돌그룹 중 또다른 논란의 주인공인 수진이 속한 (여자)아이들은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학폭 당사자인 수진과 소속사는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하고 있으며
큐브엔터(182360)는 수진을 여아아이들 활동에서 제외했으나 퇴출시킨 것은 아니다.
큐브엔터의 주가는 학폭 논란 당시 하락했다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여자)아이들의 주된 팬층이 학폭에 민감한 청소년들이어서 이 상태로는 불안요인을 안고 가는 것과 같아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