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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KAL007 격추사건 진실 ‘냉전 시대 약소국 현실’
입력 : 2021-03-21 오전 9:47:48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KAL007 격추 사건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20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사라진 269명의 흔적 – KAL007 격추 사건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1983년 발생한 일명 ‘KAL007 격추사건’을 조명했다. 
 
1983년 9월 1일 269명의 승객을 태우고 뉴욕 J.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영공에서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해 격추당했다. 전투기가 민간 여객기를 공격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소련은 냉전 관계였다. 당시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던 대한민국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사건 직후 탑승객들의 시신이나 유품도 온전히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의문의 신부로부터 아버지의 렌터카 카드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준선 씨는 아버지의 사인과 아버지의 회사 이름이 적힌 카드를 보고 아버지 것이 확실하다고 확신했다. 의문의 신부는 유준선 씨에게 사할린에서 정보원을 통해 카드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유준선 씨의 아버지 유품이 발견된 사이트에 또 다른 희생자의 유류품인 명함이 발견됐다. 또 다른 희생자의 유가족은 유류품이 유족이 아닌 사이트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16일, ‘KAL 007 격추사건’과 관련된 미국 국무부의 기밀문서가 공개 되었다. 38년 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된 이 문서에는 당시 냉전 관계였던 미국과 소련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비극적인 사건을 어떻게 이용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논의들이 담겨있었다. 당시 소련은 KAL007기가 미국 첩보 활동을 위해 일부러 소련 영공을침입한 적기라 격추했다고 했다. 미국은 소련이 거짓말을 하고 무고한 민간인 수백명을 몰살한 악의 축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비밀 문서의 논의와는 거리가 있는 입장이었다. 기밀 문서에서 미국은 이 사건이 소련에 대한 인식을 뒤집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련 측은 대한항공 비행기가 이미 스파이 미션을 수행 중이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992년 러시아 대통령 옐친은 KAL007기 격추 당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박스를 선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 블랙박스 속 기록 장치를 빼놓은 박스 껍데기였다. 기록장치는 분석을 모두 끝낸 뒤 우리나라에 돌려줬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KAL007기는 정상 항로를 이탈해 소련 주요 군사 기지가 밀집한 곳을 가로질러 사할린 즈음에서 격추됐다. 
 
또한 KAL007기는 소녈 전투기의 공격을 받은 후 최소 9분 동안 비행을 했다. 하지만 피격 이후 9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CIA 극비 문서에 KAL007기가 격추 후 바다에 비상착륙을 시도했으며 착륙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해 의혹이 깊어졌다. 
 
제작진은 생존설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전문가는 블랙박스에 기록된 마지막 순간의 KAL007기의 속도와 각도 등을 토대로 비상착륙을 시도할 경우의 결과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완전히 대파돼 큰 조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한 육지 추락보다 해수면 추락이 충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법의학자는 해수면 추락으로 인한 물리적 충격량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해수 온도가 20도 이하면 건장한 남자도 하루 이상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신 유류품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제작진이 실체를 찾고 있는 카드와 명함 사진은 사건 당시 유해 은폐 과정에서 누군가 습득한 유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1992년 한국을 찾은 러시아 기자는 사건 직후 소련이 블랙박스와 탑승객 시신, 유품을 수거해 조직적 은폐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해당 카드와 명함 사진에 대해 “2009년과 2012년 각각 다른 컴퓨터에서 캡처와 복사 편집이 반복된 사진이다.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캡처해서 가공해서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러시아 방송사가 2007년 제작한 다큐 영상에서 제작진이 출처를 찾던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등장했다. 해당 방송국은 사진의 출처에 대해 러시아 NTV 방송국에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을 가진 또 다른 방송사 측은 자료 조회하고 담당자를 알아보는데 최소 한 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최근 사할린의 한 매체에서는 KAL007기 사건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28명의 희생자가 나온 일본 언론은 KAL007기 격추 사건에 관심을 쏟았다. 일본 외무성은 집요하게 유품의 반환을 요구해 2회에 걸쳐 소련에서 유품을 양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건 발생 한 달 후 아웅산 사건이 터지며 국내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작진은 외교 사료관에서 관련 기록을 찾았다. 총 1800여 장에 달하는 문서에는 소련에 수색과 유품 인수단 참여를 거부당한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항공기 잔해 70여 개와 의류 7개 책 2개 정도만 전해 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일본의 가와카미 PD는 시신 일부와 유품을 사진으로 보관하고 있는 선장, 수거품 리스트를 작성한 잠수부가 있었다고 했다. 또한 러시아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기묘한 비디오를 하나 서서 돌아왔다고도 했다. 그는 “시신의 일부를 봤다는 증언이 담긴 비디오였다. 당시 수십 엔 정도의 값이었는데 소련 사람들에게 큰 돈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소련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급급해 사고 유류품을 방치했고 러시아인들은 유류품을 돈벌이로 삼았다는 것. 
 
제작진은 아버지의 렌터카 카드를 발견하며 제보 해온 유준선 씨에게 진실을 전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허탈해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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