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치솟고 뉴욕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다소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조정장에서도 쉽게 매수에 나서지 않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순매수로 뛰어들어 증시 하방을 지지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국채금리가 현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끝도 없이 오를 수 없는 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 등을 감안하면 증시는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 국채금리 2% 수준까지는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거래일(1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3조9929억원을 순매수 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한 지난 4~10일 순매수로 일관하며 코스피 하단을 지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금리 발작에 따른 지수 변동폭도 줄었다. 앞서 미 10년물 금리가 최초로 1.5%를 넘어선 지난달 26일 코스피는 2.8% 급락했다. 그러나 지난 18~19일 10년 물 국채금리는 1.7%를 넘어섰음에도 코스피는 보합권을 지켰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0.5%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등급하기 시작했다. 10년물 금리가 1.7%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미국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금리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국채(안전자산)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본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주식(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부양책과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개선이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졌는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상승은 초저금리 시대의 종결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10년물 국채가 급등했으나 뉴욕증시 역시 현 수준의 금리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8.4bp(1bp=0.01%p) 급등하며 이달들어 가장 큰 폭 올랐으나 나스닥은 0.59%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고 다우지수(0.90%)는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앞서 지난 3일과 4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각각 8.2bp, 7.1bp 급등했는데, 당시 다우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1%, 2%대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을 자극할 수준의 미국 국채금리 수준으로 2.0%로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주식시장이 채권시장 대비 우위를 갖기 힘들수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인식하게 될 미국 10년 균형점은 최대 2.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EYG(주식 기대수익률-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현 수준의 EYG를 비교해 유추한 것이다. 당시 EYG는 3.20%포인트로 현 수준(3.60%포인트)과 비교할 경우 40bp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가 종료되면서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SLR은 대형은행들이 국채를 살 때 추가로 자기자본을 확보해야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SLR 규제 완화 조치를 이달 종료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LR 규제 완화가 종료된 후 미국 은행들이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국채를 판매할 수 있는데, 이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부양책과 경기회복을 감안하면 10년물 금리가 2.0%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민감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