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부터 미녀와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라이언킹, 뮬란까지. 어린 시절 우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함께 자랐습니다. 평일엔 그렇게 일어나기 힘들어했으면서도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겠다며 일요일 아침 7시부터 TV 앞을 찾았었죠. 어른이 돼서도 겨울 왕국이나 주토피아, 모아나를 보겠다며 영화관을 찾았죠. 디즈니가 픽사와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스타워즈 시리즈)과 20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면서 제 안에서 디즈니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졌죠.
누구나 마음속에 디즈니 영화 하나쯤은 품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현실과는 먼 동화 속 세계.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정의로운 결말.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들과 우주를 누비는 외계인들까지 있으니 말이죠.
이런 디즈니 콘텐츠를 모두 담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오는 하반기 한국에 상륙합니다. 바로 '디즈니플러스'에요.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를 보며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만든 OTT 서비스에요. 자신들이 가진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넷플릭스에 배급하기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유통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디즈니플러스 출범 공개 행사. 사진/AP
디즈니플러스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보유한 콘텐츠부터 스포츠 채널인 ESPN, OTT 서비스 훌루와 핫스타의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거대 사업자입니다. 최근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 플러스에 공급하기 위해 인기 캐릭터 '로키'나 '완다'와 '비전' 등이 등장하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루카스필름은 스타워즈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구요. 강력한 콘텐츠 군단을 바탕으로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2019년 11월 첫 출범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59개국에서 약 1억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당초 목표는 2024년까지 9000만명을 모으는 거였다고 해요. 구독자 폭증에 디즈니플러스는 약 3배 조정한 2억6000만명을 목표로 재설정했다네요. 참고로 넷플릭스는 유료구독자 1억명을 모으는데만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벤져스 영화 홍보를 위해 방한한 톰 히들스턴과 마블 팬들. 사진/뉴시스
세계 5위 규모의 영화 시장을 가진 한국은 최근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꽤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겨울왕국을 보며 렛잇고(Let It Go)를 부르던 아이들, 열성적인 어벤져스와 마블 팬들 덕분에 디즈니에게는 비중 있는 고객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생충과 미나리, 킹덤 등 국산 콘텐츠가 글로벌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구요.
이런 크고 매력적인 시장에서 우리는 왜 아직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할 수 없을까요? 벌써 59개국이 누리고 있는 서비스가 왜 아직 한국 시작에 론칭되지 않았을까요?
휘날리는 태극기. 사진/뉴시스
답은 K-콘텐츠를 사랑하는 한국 이용자 때문입니다.
한국은 콘텐츠 업계에서 굉장히 특이한 시장입니다. 드물게 자국 콘텐츠가 미국 등 대규모 글로벌 사업자의 작품보다 인기를 얻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하죠.
이는 한국 이용자의 넷플릭스 시청 특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 리스트 상위권은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인기 리스트를 형성하는 외국과는 차이가 있죠.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3월 넷플릭스 한국 인기 상위 10개 영화 중 7개가 한국 영화에요. TV쇼에서는 무려 9개가 한국 드라마 또는 예능이랍니다.
국내에서 크게 인지도 없던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계기로 한국 이용자의 관심을 얻었고,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을 공개할 때마다 유료가입자 수는 팍팍 늘었죠. 한국에서만 인기 있었을까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좀비 드라마 '킹덤'은 전 세계 시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마존에서 '갓'이 팔린 것도 킹덤 덕분이라고 해요. 이를 보면 한국에 1년간 5500억원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는 넷플릭스의 발표가 아주 놀랍지만은 않죠.
"한국과 동반 성장 위해 약 5,500억 원 가량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것입니다" -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태지역(일본, 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VP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공부하며 디즈니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는 이곳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최근 "한국 이용자는 영화·드라마·예능·게임 등 장르에 관계없이 한국 콘텐츠를 굉장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네요.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완성됐을 때 비로소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다 생각한 거죠. 지난해 6월 디즈니플러스를 런칭한 일본에서도 아직 오리지널 콘텐츠는 제작단계에 머무르고 있어요.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하반기, 첫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와 함께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타이틀이 공개된 작품은 강다니엘 주연의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 수업'입니다. 100년 기업 디즈니가 투자한 한국 콘텐츠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