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상반기 내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고 연내 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전에 중간지주사 전환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SK그룹 전체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한편 부진했던 주가를 끌어올리며 기업 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제37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5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열린 제 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자회사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합해 보면 시가총액이 (기업 가치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 개편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고민했다"며 "올해 그것(지배구조 개편)을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상반기도 아니고, 곧 구체화 되는 대로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SKT, 그룹 경영 효율화 위해 중간지주사로 전환 전망
박 대표는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SK그룹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려 투자·운영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적 분할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의 투자회사 아래로 들어가면 SK그룹의 자회사 지위까지 획득하게 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10% 추가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SK텔레콤에게 큰 부담이다.
SK텔레콤은 아직 이런 시나리오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한두달 내로 관련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박 대표가 자회사 기업공개(IPO) 구체화 시점에 대해 "거버넌스 개편 발표와 물려서 오는 4~5월 중에 발표돼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고 시점 상으로 지금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없다"며 "양해해달라"고 했다.
SKT 주주 가치 제고에도 지배구조 개편 필요
박 대표는 지배구조 개편이 그룹 경영 측면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을 주가 부양의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업 구조상 높은 성장률을 끌어내기 힘든 통신업계에서 찾은 방법이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가 B2C의 요금 구조 매출로 더 이상 성장을 만들 수 없는 것 아닌가 해서 B2B 이야기도 하고, 현 자산 구조 상태와 비즈니스 모델(BM) 구조를 인정받도록 바꿔보고자 하는 것이 지배구조 전환 이야기"라며 "주주님의 답답함에 공감하고 올해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부진한 주가 문제를 질타하는 한 주주의 질문에 박 대표도 "유동성 장세에 가장 소외되고 있는 것이 통신주다"며 "저희가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 매니지먼트에 스톡옵션 프로그램도 있고, 주가가 오르는 게 특별성과금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데 저라고 답답하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중간 배당에서 분기별 배당으로 배당 제도를 바꿨다. 1분기에는 정기 배당이 지급되고 분기별 배당은 오는 2분기부터 시작된다. 박 대표는 "텔레콤의 수익 구조나 배당 구조가 잘 스프레드 아웃돼(배분돼) 있어 (기존 배당 규모와) 비슷할 수 있으나, 수익 변화가 있을 때 분기별로 금액이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다"며 "총 금액이 지금보다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베이 인수, 유동적으로 바라봐…디즈니+와 협력은 멀어져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유동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베이 인수전 참여는 포트폴리오에 있어서 영향이 있는 행위다"며 "어떤 결정을 하든지 바인딩 되지(묶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해 전체적으로 시장을 보며 유동적으로 전략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성공이 SK텔레콤의 커머스 전략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표는 "쿠팡이 상장에 성공하고 난 뒤 저에게 가장 많이 온 이야기는 11번가를 팔라는 이야기였다"며 "쿠팡이 사용 가능한 돈이 10조, 대금 결제 기간을 고려해도 7~8조로 여유가 있는데 경쟁이 유효하겠느냐는 것이다"고 고백했다.
박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머스와 미디어 부문을 함께 가져가며 사업 전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베이가 헤지 펀드나 주주 공격을 받아 캐시 아웃(현금화) 하는 상황에서 수익이 제일 좋은 한국 사업을 파는 거다"며 "쿠팡이 커머스뿐만 아니라 OTT를 하면서 미디어에도 들어와 저희 융합 전략에 변화가 필요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연내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디즈니가 많이 멀어진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디즈니는 웨이브를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한국 시장에 접근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넷플릭스 서비스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며 "넷플릭스 CEO가 시간이 되면 보자고 했지만,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