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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애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맛
입력 : 2021-03-27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2004년 국내 개봉한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탄탄한 작품성과 섬세한 영상미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리메이크돼 조제로 개봉되기도 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이번엔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 돼 관객을 찾는다.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조제,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츠네오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나 같은 바다를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영화 개봉이 2003년인 만큼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버전은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시대적 변화, 그리고 달라진 엔딩과 캐릭터 해석으로 차별성을 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 사진/에이원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장애를 가진 조제와 츠네오, 어찌 보면 평범하지 않은 커플의 이야기를 지극히 평범한 연인의 이야기로 그려냈기에 오는 감동과 여운이 있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설정이 영화와 차이가 있다.
 
영화 속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반면 애니메이션 속 츠네오는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며 멕시코 유학을 꿈꾸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으로 그려진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 조제속 영석(남주혁 분)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 조제까지 츠네오 혹은 영석으로 그려진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 없는 평범한 청년’, ‘꿈을 쫓는 대학생’, ‘취준생으로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원작 영화와 한국 리메이크 속 남자 주인공과 달리 애니메이션 속 츠네오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대학생 특유의 반짝임이 느껴진다.
 
시대적 간극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원작 영화와 달리 한국 영화 조제와 애니메이션에는 IT 기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조제에서 영석은 조제를 위해 책에 붙여 있는 스티커를 떼어내 창틀에 붙이고 핸드폰 번호를 적는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츠네오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당연 하듯 조제에게 핸드폰 번호를 묻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조제가 핸드폰이 없다는 말에 아날로그 여신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원작 영화가 개봉할 당시와 달리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특별할 것 없는 부분이 녹아 있다.
 
원작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던 장애를 가진 조제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전동 휠체어를 타고 홀로 밖으로 나와 장을 보고 돌아간다. 반면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 조제에서 조제는 홀로 자동차를 운전한다. 더구나 신호에 걸린 영석의 차 옆에 멈춘 조제의 차는 신호가 바뀌자 영석의 차보다 먼저 앞으로 나가간다. 이처럼 두 작품 모두 조제의 홀로서기를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좀더 직접적으로 조제의 홀로서기를 보여준다. 골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조제는 츠네오와 도서관 사서를 만나 동화 작가라는 꿈을 키운다. 원작 영화와 조제는 조제가 남자 주인공에 의존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속 조제는 다르다. 츠네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아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오히려 츠네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조제를 보살피는 할머니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원작과 조제속 할머니는 조제의 장애를 부끄러워한다. 그렇기에 낮에 조제가 외출을 하는 것을 꺼려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 할머니는 조제가 츠네오와 함께 외출을 하면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할머니는 조제의 변화를 두고 오사카 도톤보리 트레이드 마크인 글리코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언제든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달라진 애니메이션은 원작 영화와 달리 현실 속 방황하는 20대의 모습을 투영함과 동시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오사카를 배경으로 사계절이 변하는 과정이 테니스의 왕자’ ‘나루토등의 작화 담당 이이즈카 하루코에 손을 거쳐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한 조제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바닷속 세계까지 더해져 실사 영화와 다른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31일 개봉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 사진/에이원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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