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주식 계좌에 담는 상장지수펀드(ETF) 쇼핑 목록이 달라졌다.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전망에 베팅하는 투자 비중이 3분의 1로 줄었고, 전기자동차와 2차 전지 등 섹터별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TF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KODEX WTI원유선물(H), TIGER 미국나스닥100이 올랐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5개 ETF에 투자한 금액은 5조290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ETF 순매수 금액(5조5317억원)의 95%를 차지했다.
이른바 인덱스형 EFT 투자 비중도 줄었다. 지난해 인버스와 곱버스는 전체 ETF 순매수 비중의 87%를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선 21%로 급감했다. 인버스 상품은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덱스형 ETF이며, 인버스2X는 이를 2배로 추종하는 일명 ‘곱버스’ 상품이다. WTI원유 ETF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 원유 선물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반면 올 들어선 인덱스형 ETF보다 테마형 EFT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지난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순매수 상위 5개 ETF를 보면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KODEX 200선물인버스2X,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KODEX 2차전지산업, KODEX 미국FANG플러스 등으로 나타났다.
차이나전기차 ETF는 중국의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미국FANG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술주에 투자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테마형 ETF로 눈을 돌린 것은 직접 투자의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테마형 EFT는 테마에 맞는 다수의 종목을 들고 있어 개별 주식을 고르지 않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가 늘어난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말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18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는데, 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주식형 펀드와 ETF에 투자하면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연금계좌에서는 인덱스형 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김인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내 ETF 시장은 인덱스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단조로운 형태였다면, 현재는 전략, 업종섹터 등 ETF의 비중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국내 ETF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ETF 시장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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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