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NH투자증권이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옵티머스 펀드 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으나, 개인투자자 중 전문투자자 자격을 획득한 이들에게는 배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전문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판단부터 잘못됐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일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전문투자자들에 대해선 투자원금을 보장하기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전문투자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투자 계약은 물론 투자설명서 모두 개인투자자들과 동일했다는 주장이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전문투자자 A씨는 ”펀드 가입 당시 지점 담당자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면 물량 배정 등에서 이점이 있다고 부추겼다”며 “그럼에도 NH투자증권에선 ‘펀드 피해 금액 환급을 받으려면 소송을 통해 받아야 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권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자격요건이 된다고 해서 등록한 것뿐인데,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서도 몰랐던 사기 여부를 일개 개인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라고 호소했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도 옵티머스 펀드 판매규모가 가장 큰 데다, 금감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된 옵티머스 펀드 피해규모는 총 4327억원에 달하며,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개인 전문투자자들의 피해금액은 55억원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의 제도 취지를 고려하여 전문투자자가 착오에 빠지는데에 중과실이 있었는지는 법원의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의견이 있었다"며 "회사도 전문 투자자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투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투자자들로, 국내에선 최근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획득할 경우 금융투자에서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데, 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자격요건 상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 상품 잔고를 보유한 이들 가운데, △연소득 1억원 이상(부부합산 1억5000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 △자격증이나 합격증 보유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증권가에서도 개인들의 전문투자자 등록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되는 투자 권유 절차 의무가 면제돼 가입 절차가 간소화되는 데다, 차익결재거래(CFD) 고객 확보가 가능하고, 고위험 상품 판매도 수월하다. 증권사 지점에선 ‘판매사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도 전문 투자자 등록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획득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원금 반환에 전문투자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해지의 경우 법리적으로 중과실이 없어야 하는데 전문투자자의 경우 케이스별로 중과실이 있을 수도 있다”며 “분조위는 일관된 기준으로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 판단 한 것인데, 전문투자자는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투자자의 경우 법원의 개별적인 판단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옵티머스 펀드 판매대금 반환을 결정했으나, 개인 전문투자자들은 제외 됐다. 사진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피해자들이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