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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협회 "CJ ENM, 시장 동반자 폄훼…과도한 요구 지양해야"
콘텐츠 분배 구조 개선 요구하는 CJ ENM에 "오만과 욕심에 가득 차" 비난
입력 : 2021-06-02 오후 3:50:12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놓고 벌어진 CJ ENM과 인터넷TV(IPTV)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측이 성명서와 공식 석상 등을 이용해 서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IPTV 업계는 콘텐츠 수익 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CJ ENM을 향해 "오늘날 K-콘텐츠의 성과를 CJ ENM과 티빙이 모두 독식하겠다는 발상을 보면서, 오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오만과 욕심에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근거 없는 예시와 수치로 언론과 국민을 현혹했다"고 비난했다. 
 
 
통신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2일 "IPTV 사업자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로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기준 점유율 51%보다 높은 63%를 지급하고 있다"며 "IPTV사가 콘텐츠 수급 비용에 인색하다는 CJ ENM의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IPTV협회가 입장문을 낸 배경으론 지난달 31일 강호성 CJ ENM 대표의 발언이 꼽힌다. 당시 강 대표는 자사의 글로벌 전략을 발표하는 '비전 스트리밍' 간담회에서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매겨져야 한국 콘텐츠 시장 전체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유통 구조나 분배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이 25%의 콘텐츠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 대표가 "유료방송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IPTV는 이에 조금 인색하다"고 발언하자, IPTV 업계는 반박에 나섰다.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IPTV협회는 IPTV 사업자들이 수신료 매출 대비 전체 콘텐츠 수급 비용이 48%를 넘어 1조 1712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IPTV사는 이미 CJ ENM에 지상파 사업자 수준의 콘텐츠 대가를 지급하고 있으며, CJ ENM이 2019년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받은 방송프로그램 제공 매출액은 2210억원으로 29.2%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CJ ENM을 제외한 프로그램 사용료 상위 7개사에 지급되는 총 사용료 규모인 215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특히 CJ ENM은 2018년 대비 2019년 방송프로그램 제공매출액 증가분의 34.9%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IPTV협회는 CJ ENM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도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IPTV협회는 "CJ ENM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미명 하에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제작비를 충당하고자 한다"며 "시장 규모가 다른 일부 해외 미디어 시장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보다 유료방송 이용요금이 9배 이상 비싼 미국 사례를 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플랫폼 사업자는 제작비의 3분의1만 수신료로 주는 반면, 미국은 100%에서 120%까지도 보장해 준다는 강 대표의 주장을 수치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CJ ENM이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콘텐츠 제작 투자를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을 국내 시장에 전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와 재원구조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이 같은 주장은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국내 이용자의 과도한 부담을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PTV 업계는 CJ ENM이 문제 삼았던 '선공급 후계약' 관행도 제작비 회수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IPTV 기업들이 콘텐츠 사업자와의 계약 기간이 경과해도 기 계약서 기준으로 사용료를 월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대형 콘텐츠 기업의 위력으로 발생하는 계약 지연 사태와 '블랙아웃' 등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IPTV협회는 CJ ENM이 상생이 아닌 갈등의 행보를 보인다며 이런 행보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단기적 이해를 넘어 전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로 합의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 것이다. 이들은 "CJ ENM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지양하고, 한정된 유료방송재원 속에서 IPTV사와 함께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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