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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DNA에 예술성 없다"…바이올린 거장의 인종 차별 발언
핀커스 주커만, 중국인 비하 영상도 등장…온라인에서는 ‘보이콧 주커만’
입력 : 2021-07-13 오후 5:31:59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세계적인 바이올린 거장인 핀커스 주커만(72)이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음악인에도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온라인 음악전문지 '바이올리니스트닷컴'과 재미 한국계 음악인들에 따르면 저명 바이올리니스트 주커만은 지난달 25일 뉴욕 줄리아드 음악학교 주최로 열린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도중 한국과 일본을 공개 비하했다.
 
주커만은 “좀 더 노래하듯이 연주해보라”고 아시아계 자매 학생에게 지시하면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자 “한국인은 노래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예술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인이 아니라는 자매에게 주커만은 “그러면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고 일본계 혼혈이라는 답변에 “일본인도 노래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주커만은 행사 끝에도 “한국인은 노래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DNA에 없다”고 언급했다. 줄리어드 측은 주커만의 ‘한국인 발언’을 의식한 듯 주커만의 마스터클래스를 제외한 나머지 강연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스라엘 태생인 주커만은 1967년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정경화와 공동 우승한 바이올린 거장이다. 현재 뉴욕 맨해튼음대(MSM) 소속이지만, 당시 외부 강사 자격으로 줄리아드 강연을 진행했다.
 
비판이 일자 주커만은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급이었다.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성명을 냈고, MSM 동료들에게도 “잘못된 말을 했고 많은 사람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메일을 돌렸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 중인 한 영상에서 주커만은 중국인을 비하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그는 “중국인 여러분은 결코 메트로놈(박자를 측정하거나 빠르기를 나타내는 기구)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빠르고 시끄럽게 (연주)할 뿐”이라며 “여러분은 빠르고 시끄러우면 최고인 줄 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보이콧 주커만(Boycott Zukerman)’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게시물에는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 ‘아시아인의 생명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 해시태그가 함께 달리고 있다.
 
주커만이 소속된 학교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임스 갠드리 MSM 학장은 "주커만은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언급을 했다. 이는 잘못된 발언"이라면서도 주커만이 반성한다는 이유로 "그가 앞으로는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갠드리 학장의 대응은 지난해 MSM이 이보다 덜 명백한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인 도나 본 오페라 예술감독이 물러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스라엘 출신 바이올린 거장 핀커스 주커만이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인종 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내한 공연 당시 주커만의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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