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금융감독원장 공백 사태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원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 윤석헌 전 금감원장 퇴임 이후 금감원장 자리는 87일째 공백 상태다. 이처럼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오래 비워진 일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금감원장 자리에는 교수 출신 인사들과 관료 출신 인사들이 다양하게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지만 하마평만 무성할 뿐 실제 인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장 공백 상태에서 금감원의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부실 책임 감사 후폭풍으로 정치권에서 금감원 등 금융감독 개혁 논의가 가시화 되고있다. 앞서 감사원은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를 통해 '사모펀드 부실 사태는 금감원의 관리·감독 소홀에 있다'고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 조직과 검사 체계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의원은 △금감원 내부통제를 포함한 감독체계 혁신 △금융위원회 내의 이해 상충 해소를 위해 감독원장의 금융위원회 위원 겸직을 제한하는 방안 △금감원에 대한 의회의 모니터링 강화 △금융소비자의 권익향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 △대선 국면의 행정조직 개편과 연계해 금융감독체계의 전면적 개편 추진 등 5대 과제도 제시했다.
윤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융감독 혁신, 금감원 개혁, 그리고 금융감독체계의 전면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금감원 수장 장기 공백 상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그만둬야 하는 자리로 만들어 놨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제가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자고 했더니 정치화 된다고 하는데 이미 정치화 돼 있는 것 아니냐. 오죽 정치화 됐으면 아무도 안하겠다고 하겠나"라며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끝나는 직이니까 아무도 안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여야 합동 통제를 통해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그런 조직을 만들어줬으면 지금 누가 수장이 되더라도 임기를 보장해주면 되는 것인데 그렇게 못 만들어 놨기 때문에 아무도 (금감원장 자리에) 안 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금감원의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질 때가 왔다"며 "대선도 앞두고 있고 금감원을 포함해 감독체계 전반적 개편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짧은 임기 만료 후 재취업이 제한된다는 점이 금감원장 인선 지연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에서 일했던 직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을 3년간 제한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유관업종에 잠시 재취업을 규제하는 것 때문에 인선을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금융감독의 최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금감원 수장이 2개월 넘게 공석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 공석으로 비워둘 자리가 아니다"라며 "당장 오는 9월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등 이런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금감원은 빨리 자리를 채우고 이런 현안에 대한 금융감독을 깐깐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오는 9월 말 종료 예정이다. 조 교수는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를 벌써 했다. 또 유예하는 것은 힘들다"며 "돈을 빌려줬는데 회수가 안되면 망한다. 금융부실이 쌓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9월쯤 되면 소용돌이가 올 것 같다"며 거듭 금감원장의 인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