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으로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운영업체 머지플러스를 불씨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가 재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9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앞서 윤 의원은 △전금업자의 이용자 예탁금 분리 보관 및 외부청산 의무화 △금융 보안·리스크 관리·감독체계 확립 등 디지털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시스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을 담은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감원은 법 개정 전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행정지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행정지도도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머지포인트 사태는 예견된 일이였다며 감독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 "머지포인트는 소비자로부터 예금을 받는 일종의 금융자산의 거래인데 그런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사전 감독이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머지포인트 사태는 80%가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이고, 20%는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소비자들은 무턱대고 돈을 송금할 것이 아니라 이게 적법한 것인지 과연 (기업이) 돈을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토해보는 책임이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앞으로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적어도 이런 금융 행위에 대해 정부 당국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기업이) 충분히 자본은 갖췄는지, 적법한 회사인지 철저한 사전 검증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편결제·송금 등 지급결제 서비스 규모가 확대함에 따라 전자금융업자의 선불충전금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유사한 소비자 피해 증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충전금 규모는 2014년 7800억원에서 2016년 9100억원, 2019년 1조700억 원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1조9900억원으로 2014년 대비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총 65개 업체가 선불전자지급업자로 등록했고 발행 잔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간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대립각을 세우며 전금법 개정안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오는 27일 열리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전금법 개정안 논의에 물꼬가 트일지 이목이 쏠린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전자금융업체 규제완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 부분은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용자 보호에 대한 논의는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 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소비자 보호 관련 일부 조항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