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앞둔 가운데 의료계가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며 마지막 저지 움직임에 나섰다. 반면 시민단체는 중대 범죄 행위 예방과 환자 알권리 보장을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개 단체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의 부결을 촉구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연간 수백만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들을 근거로 나머지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감시한다면 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또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에 임하는 의사들의 소신과 의욕을 꺾고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적 자율을 심각히 침해하는 ㄱ결과는 의료의 질적 저하와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부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이 회장에 이어 회견문을 낭독한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떠한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 법안 개정의 내용을 악법으로 규정한다"라며 "의료에 대한 통제, 감시를 강화하고 잠재적인 의료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이 법안이 의사들로 하여금 수술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CCTV 설치 환경과 단 하나의 사례라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그 자체로 환자에게 심각한 인권 피해"라고 주장했다.
임춘학 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며 "의료 붕괴를 획책하는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한 자세에 맞서 모든 특단의 대책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사태를 정확히 판단해 국민의 건강권이 더는 위협받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도록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그동안 유령수술 등으로 인한 중대 범죄 행위가 있었던 만큼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환자의 알권리 보장도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이튿날 성명을 통해 "그동안 수술실은 불법의료, 중대범죄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성역처럼 보호되면서 환자 안전과 인권에 있어 사각지대였다"라며 "이번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영상 촬영과 기록 열람에 대해 예외 조항들이 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마땅히 누려야 할 헌법상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행위를 의무적으로 상세히 기록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술실 불법 진료와 중대 범죄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어 환자들을 보호하고, 알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CCTV를 설치해야 하며 활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한하는 형태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