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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말기 간질환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간 이식이다. 병변을 완전히 없애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이식 후 생존율이나 예후도 많이 좋아졌다.
최근에는 간 이식 후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에서도 7명의 여성이 간 이식 후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직 흔하지 않아 간 이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문답을 통해 간 이식과 임신 및 출산 사이의 영향을 안내했다.
간 이식 수혜자들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가 난임, 유산, 기형아 출산 등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흔히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기형아를 낳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자주 사용되는 타크로리무스, 사이클로스포린,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제는 임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다. 다만 마이코페놀레이트모페틸·셀셉트(MMF)는 현재 임신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면 사용해선 안 된다. MMF를 먹는 사람이 임신하면 유산율이 40~50%,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20% 정도다. MMF가 세포분열을 억제하는데 태아의 성장도 함께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상의해 임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고 꼭 MMF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임신을 권하지는 않는다."
간 이식을 받은 뒤 얼마가 지나고 임신을 해야 할까
"대개 간 이식 이후 1년 정도는 기다리길 권장한다. 이식을 받은 뒤 장기의 거부 반응, 엄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상태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령 등을 이유로 너무 급한 것이 아니라면 1년 정도는 관찰 기간을 갖는 것이 안전하다."
간 이식 이후 절개창이 남는데, 자연분만·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
"간 이식 여부와 분만 방법은 관련이 없다. 일반적인 출산과 동일하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 엄마와 아기에게 더 적합한 방법으로 결정한다. 간 이식 수술 이후 절개창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못하냐는 질문이 종종 있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특히 공여자라면 오히려 간 이식을 위한 절개창을 출산 때 사용할 수도 있다."
간 이식 환자가 출산 시 대학병원을 가야 할까
"큰 문제가 없다면 가까운 개인병원에서 출산해도 무방하다. 다만 간 이식한 여성들이 아기를 낳는 경우가 아직 많지는 않다. 흔하지 않은 사례인 만큼 환자를 받기 꺼리는 병원도 종종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경험이 풍부한 대학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수혜자가 면역억제제를 먹으면서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을까
"어떤 면역억제제인지에 따라 조금 다르다. 스테로이드 같은 경우 복용해도 모유 수유는 괜찮다. 사이클론스포린이나 타크로리무스는 영향이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모유 수유를 권하지 않는다."
아빠가 간 이식 수혜자일 때의 위험성은 어떤가
"위험이 없다고 봐야 한다. 설령 아빠가 특정 약제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건강한 정자를 통해 임신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빠가 아픈 것과 태아가 아픈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일반인 아빠와 간 이식 수혜자 아빠 간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MMF 또한 여성에게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빠는 MMF를 사용해도 괜찮다."
이식 후 생리가 멈추는 환자도 있는데, 면역억제제가 생리에 영향을 미치진 않나
"면역억제제 자체가 생리나 임신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간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일시적으로 생리 주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간 이식을 받은 임신부들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하나
"당연히 맞아야 한다.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간 이식을 받았다면 반드시 맞아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을 임신부들에게 권장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도 마찬가지다."
간 이식을 받은 후 피임법도 궁금하다. 피임 방법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까
"간 이식 후 피임 방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면역억제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피임약이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간 이식을 받은 후 임신 중이거나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 이식을 받았다는 것은 나쁜 상태에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간 이식을 받은 후 임신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 담당 의사와 출산에 관해 상의하고 면역억제제의 영향을 주의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