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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대부업체 사용 권장?
입력 : 2021-09-0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금융당국이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빙하기가 도래한 가운데 당국이 우수대부업체를 선정해 발표한 것은 서민들을 대부업체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21개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21개사는 은행권 자금 조달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민을 대부업체로 내모는 서민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원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서 서민 대출이 어려워지니 금융위원회가 '서민 금융 우수 대부업자'를 선정하며 대부 업체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결국 서민에게 대부 업체에 가서 대출받으라고 등 떠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1·2금융권 대출을 중단시켜서 사람들이 돈을 빌릴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체 중에 어디가 우수하다는 발표를 하면, (금융당국이) 직접 대부업체로 가라고는 안 했지만 마치 여기 가서 돈을 빌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규제 때문에 1·2금융권이 막혀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게 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부업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은행은 대부업체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은행에서 바로 빌렸으면 금리가 더 낮을 텐데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서민이 고금리로 돈을 빌리게 되는 피해가 생긴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금리를 조금 더 내고 빌릴 사람, 좀 덜 내고 빌릴 사람들을 가려서 제1금융권에서 흡수하는 것이 맞다"며 "일률적으로 대출한도를 줄여 신규대출을 막고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내모는 형국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당국이 대부업체로 서민들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1금융권에서 금리를 올리고, 대출한도를 정해서 신규대출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대부업체 사용을 권장하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더 많은 금리를 주고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검증된 대부업체를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기 전의 마지막 소비자 보호 단계로 보는 조금 더 유연한 시각도 있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가 21개 대부업체를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제도권 안의 대부업체가 아닌 불법 대부업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좋은 업체를 선별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을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불법적인 대부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서민 금융지원 부분을 좀 더 강화해서 불법적 피해를 막는 데 힘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신용이 좋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부업체에도 옥석이 섞여 있을 텐데 좋은 업체를 선별해서 알려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대부업체 양성화까지의 적극적인 조치는 아니더라도 옥석을 가려 경쟁을 시키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1·2 금융권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며 "사채업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단계다. 대부업체에서 사채업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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