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출시한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영향이다. 연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신작 출시 때마다 재차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에 엔씨는 '마지막 리니지'로 명명한 리니지W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 출시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는 매출, 트래픽 등의 성적이 양호한 편이다.
엔씨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이 500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55.8%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3분기 실적 요약. 자료/엔씨소프트
엔씨의 실적 부진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상반기부터 야심차게 출시한 게임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까닭이다. 지난 8월 말 선보인 '블소2'는 3분기 매출이 22억8000만원에 그쳤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매출을 냈다"고 부진을 인정했다.
매출이 뒷걸음질 친 상황에서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더 크게 악화됐다. 엔씨에 따르면, 이 기간 영업비용은 40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인건비가 인력증가와 연봉 인상 등의 영향으로 1748억원을 기록했고, 마케팅 비용은 53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81% 확대됐다.
엔씨는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된 '리니지W'를 반등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국내를 포함 전세계 12개국에서 동시에 출격한 리니지W는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만, 홍콩 등지에서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홍 CFO는 "출시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리니지W는 폭발적인 매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며 "매출과 이용자 수 지표 등이 모두 엔씨가 발표한 역대 게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 스스로도 놀랄 만한 우수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리니지W는 출시 직후 양대 앱마켓 매출 1위에 올랐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출시 첫 일주일간 리니지W의 일평균 매출은 120억원을 달성했다. 출시 9일째에는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8개로 시작한 서버 수는 현재 132개까지 늘었다. 오는 12일에는 12개 서버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홍 CFO는 "기존 게임과 달리 동시 접속자 수, 트래픽 지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로 국가간 경쟁 구도를 겨냥했던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인기 배경을 진단했다. 특히 그는 "해외 매출과 이용자 비중이 지금까지 출시했던 모든 게임의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리니지W의 목표 중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 진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 CFO는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유럽 등 2권역으로의 리니지W 출시도 낙관했다. 그는 "2권역 출시때에는 현지 유저들의 특성을 고려해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등 많은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리니지W를 통해서 전세계 시장에서의 성장판을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엔씨는 최근 게임 업계의 화두인 NFT와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구상도 일부 내비쳤다. 홍 CFO는 "게임과 NFT, 블록체인의 결합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안겨줄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TF를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어떤 게임에 NFT가 적용될지, 언제쯤 시장에 공개가 될지, 타사와 같이 코인이 함께 발행이 될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NFT든 코인이든 기술적으로는 검토가 이미 다 완료된 사항"이라면서도 "이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엔씨의 컨콜은 최근 신규 선임된 홍 CFO의 데뷔 무대였다. 홍 CFO는 "엔씨는 현재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는 시기에 있다"며 "이 같은 시점에 중책을 맡게 돼 책임을 느낀다"고 공식석상에서의 첫 인사를 건넸다. 그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업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보다 열린 자세로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초만해도 100만원을 상회했던 엔씨의 주가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신작들의 지속된 부진에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리니지W가 출시됐던 지난 4일에도 60만원을 하회했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날 오전 11시58분 현재 전일대비 17.69% 오른 71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엔씨의 주가가 70만원을 웃돈 것은 블소2가 출시됐던 지난 8월26일 이후 처음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