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드라마 '지리산' 제작지원에 참여한 네파가 과도한 간접광고(PPL) 논란에 역풍을 맞고 있다. 지리산은 네파의 전속모델인 배우 전지현의 주연작으로, 드라마 방영과 함께 전지현 효과를 기대했지만 초반부터 혹평이 쏟아지면서 마케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현재 방영중인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의 제작지원에 참여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 레인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지리산은 약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대작 드라마)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네파는 국립공원 레인저로 활동하는 배우들의 레인저복을 직접 제작하고 각종 의류와 용품을 지원했다. 특히 네파의 전속모델인 배우 전지현이 주연인 만큼 드라마 속 일상복도 협찬해 네파의 '요즘 아웃도어' 스타일을 선보였다.
네파는 오랜 기간 전속모델로 활동한 전지현의 지리산 출연에 기대가 컸다. 드라마 자체가 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아웃도어룩의 인기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네파는 올해 전지현의 브랜드 광고를 하반기 드라마 방영 시점에 맞췄다. 상반기에는 배우 고민시와 함께 '요즘 아웃도어' 콘셉트의 신규 라인만 광고하고 전지현이 출연하는 광고는 노출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10월부터 드라마 지리산의 방영에 맞춰 전지현이 출연하는 FW시즌 광고를 선보였다.
다만 지난달 23일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드라마는 1회 시청률 9.1%로 출발했지만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와 과도한 PPL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어색한 CG 장면에서는 "드라마가 아니라 아웃도어 광고냐"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제작지원에 참여한 네파도 역풍을 맞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레인저복을 직접 제작한 만큼 네파 의상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데, PPL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지현 효과와 FW시즌 대목을 기대했던 네파는 드라마 제작지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올해 마케팅 인력을 강화한 네파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파는 지난 5월 마케팅 총괄로 장명민 상무를 선임했다.
장 상무는 현대카드와 CGV, 파라다이스시티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 등을 역임한 20년 경력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네파의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에 기대를 걸었다. 당시 회사측은 장 상무를 중심으로 2030세대 MZ세대 공략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아웃도어 붐과 함께 기대했던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네파의 영업이익은 2019년 285억원에서 지난해 67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9년 9억원에서 2020년 1168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올해 산린이, 등린이 등 신조어가 생기면서 등산복, 아웃도어룩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실적 향상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운영중인 ‘네파 X 지리산 스페셜 팝업스토어’에 배우 고민시가 방문했다. 사진/네파
네파는 아직 드라마가 방영중인 만큼 당분간 지리산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네파는 지난 5일부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네파X지리산 스페셜 팝업스토어'를 운영중이다. 또한 온라인몰을 통해 지리산에 노출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네파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중인데,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온라인몰 또한 주말 저녁 드라마 방영 시 고객 유입이 늘면서 매출도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PPL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지리산 드라마 분량이 절반 이상 남아있고, 관심 갖고 재밌게 봐주시는 시청자분들이 있는 만큼 기존 계획했던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계획한 기간까지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