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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뿌리산업이 있어야 4차 산업혁명도 있다"
세계 최대 열처리업체 삼흥열처리 주보원 회장 "뿌리산업용 전기요금제 도입돼야"
입력 : 2021-11-22 오후 2:52:2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밀양 사포공단의 한 공장. 공장건물 안 부지에는 열처리를 마친 부품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초겨울에 접어든 11월 초, 10도 안팎의 날씨에도 아지랑이가 보일 만큼 공정을 막 마치고 나온 부품들이 열을 내며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단조품 열처리 전문기업 삼흥열처리의 밀양 본사다.
 
세계 최대규모 열처리 공장 
 
삼흥열처리는 한국은 물론 열처리 단일공장으로는 글로벌 1위다. 1985년 설립된 이래 열처리 업체로는 유일하게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이기도 하다. 주요 거래처로는 현대차, 현대위아, 일진 등의 단조업체가 있으며 해외고객사로는 지엠,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등 해외 주요 완성차 및 부품업체 등이 있다. 
 
삼흥열처리 공장 외부에 쌓여있는 부품들. 사진/뉴스토마토
 
삼흥열처리는 단조상태의 거칠고 크고 경도가 높은 부품을 열처리해 연화시키는 일을 한다. 총 15개의 열처리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월 생산능력은 1만6200톤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단조상태의 조직을 금속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조직이)깨진 상태인데, 강한 열처리를 통해 강도를 떨어뜨리면서 조직을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소재의 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변형을 초래할 수 있어 부품 열처리는 중요한 공정으로 꼽힌다. 
 
글로벌 고객사가 먼저 찾아오는 삼흥열처리
 
열처리는 1차 열처리→냉각(소입)→2차열처리→자주검사→쇼트블라스팅→자분탐상검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공정 가운데 눈에 띈 것은 단연 '위생상태'였다. 철로 제조된 부품이 움직이고 처리되는 만큼 철찌꺼기나 철가루가 눈에 띌 법한데 바닥에 먼지 하나가 없었다. 젊은 시절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의 열처리 공장을 두루 다녔던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우선 공장부터 깨끗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주 회장의 지론이다.
 
열처리설비들이 자리하고 있는 삼흥열처리공장 내부. 사진/뉴스토마토
 
주 회장은 "세계적인 부품사들과 고객사들이 '이런 열처리 공장은 처음 본다'고 놀란다"며 "공장이 더러우면 일하는 근로자 건강에도 안좋으니 중간간부를 중심으로 위생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의 현장 사무실이 열처리 공정기들 위에 자리잡은 것도 위생상태를 한눈에 보기 위한 것이다. 이어 "삼흥열처리는 고객사가 찾아오는 기업"면서 삼흥열처리의 경쟁력에 대해 자랑했다. 중대재해법을 계기로 공장 내부에는 핑크색으로 칠한 보행로도 등장했다. 하루 다녀가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계란을 마음대로 조리할 수 있게 하고, 직원들에게 출퇴근용으로 리무진 버스를 제공하는 등 근로자들 처우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은 열처리 품질로 연결됐다.
 
삼흥열처리의 매출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7년 84억원 매출을 기록한 이래 2019년 225억원의 최고 매출을 찍었다. 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185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22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임가공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매출 225억원은 일반제조업 매출의 2500억원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52시간제·전기료·가업승계는 고민"
 
탄탄하고 건실한 중소기업입에도 불구하고 현장 근로자를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주 52시간제 시행 전에는 주간 40명, 야간 40명까지 총 80명으로 공장이 운영됐다.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에는 3조2교대로 40명을 더 구해야했지만 구하지 못해 매일 인력회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 시급 좋은 공장에서 하루벌이하려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를 이룬다. 주 회장은 "일자리를 늘리라는 의도로 정부에서는 주 52시간제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필드에서는 사람들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힘든 공장에 취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현장 평균 인력은 55세 가량이다. 정년이 없어 70세가 넘은 현장직도 있다.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이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흥열처리의 한달 전기료는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전기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삼흥열처리의 매출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가량으로 적어도 20% 이하는 돼야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지속적인 전기료 상승은 결국 이익률 저하, 품질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실한 중소기업이 자리잡고 있을 때 4차산업도 가능한 일"이라며 "뿌리가 흔들리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뿌리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70에 가까운 나이에 일일이 공장 구석구석을 챙기는 주 회장에게 가업승계는 또 다른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주 회장은 "주인이 없는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 모두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를 봐서 알지 않냐"면서 "기업을 누가 경영하든, 이름 석자만 바꿔서 경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경제 허리를 단단히 받쳐줘야 결국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가업승계방식에 대해 정부가 재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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