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자산운용업계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치열해질 퇴직연금 시장에 고삐를 죄기 위해 TDF(타깃데이트펀드) 상품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는 내년 상반기 도입될 디폴트옵션으로 TDF 상품에 신규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디폴트옵션에 가장 적합한 배분 상품이 TDF로 꼽히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업계 한 임원은 “그간 숙원사업이자 자산운용업계가 애타게 기다렸던 디폴트옵션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면서 “그간 꾸준히 MZ세대의 사랑을 받았던 TDF가 한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에 일찍이 운용사들은 TDF 상품을 강화해왔고 홍보를 늘려왔다"면서 "더 치열해진 전망에 따라 상품 강화와 홍보 등 다각도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TDF는 젊을 때는 주로 위험자산, 은퇴 시점에는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각 운용사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라는 자산 배분 곡선에 맞춰 연령별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한다는 독특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TDF 순자산 규모는 현재 9조6684억원, 작년 말(4조6834억원) 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 상황이다.
여기에 디폴트옵션 시행에 따라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앞서 국회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퇴직연금 투자 시대를 알리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DC형 가입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혼합형 펀드, 원리금 보장 상품 등 정부가 정한 디폴트 상품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전에 지정하게 된다.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운용사는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연금을 운용하게 된다.
그간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던 자금 중 상당수는 TDF로 흘러들어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DC형 적립금 규모는 67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83.3%인 56조원이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돼 왔다.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자금 규모는 11조2000억원으로 16.7%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과 가장 궁합이 잘맞는 상품인 TDF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일찍이 TDF 선점을 위해 나섰던 업계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TDF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업계 처음으로 수탁고 1조원을 넘겨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투자, 신한, KB, 한화 등 다양한 운용사들도 일찍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도 우리자산, BNK자산운용 등 중소형 자산운용사도 합류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 다른 금융권과의 마찰을 고려해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디폴트 옵션에 따라 그간 저조했던 국민들의 수익률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내년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퇴직연금 가입자.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