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강성 노동조합이 등장하면서 노사갈등 심화가 우려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다 임단협에 의한 총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이뤄질 경우 생산라인 가동 중단과 함께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005380) 지부와 한국지엠 지부는 지난 7일부터 잇따라 치른 차기 지부장 결선 투표에서 '강성' 성향의 후보를 선택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9대 노조지부장에 안현호 후보가 당선됐다. 안 당선인은 '금속연대' 소속으로 과거 수석부위원장을 지냈고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이끈 인물이다.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 시간 1시간 유급화, 정년 연장,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4차 산업혁명 고용 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2년간 노조와 큰 잡음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실적을 유지해왔던 현대차는 강성 노조 등장으로 악재를 맞게 됐다. 3년간 유지된 무분규 행진에도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아산공장 직원들이 소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한국지엠 역시 강성 성향의 김준오 후보가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현장조직 '동행'과 '한걸음더'가 통합한 '들불'에 소속돼 있다. 한국지엠 노조 내 현장조직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전기차 등 신차 배정이다. 지난달 12일 내한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아직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노사 간 대립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는 16~17일 1차 투표를 앞둔
기아(000270) 노조 집행부 선거 역시 강성 후보가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후보 중 2명이 강성 성향으로 분류된다. 기아에도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 현대차그룹 내 강성 노선이 주류가 된다.
고용불안과 임금불만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산업 현장을 강성 노조 지도부가 장악하면서 내년 노사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는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크다 보니 외국에선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내수 수출 물량 모두 수개월씩 밀려 있다. 또 전기차 전환에 따라 현재 인력의 30~40%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에 도달할 경우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조가 파업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출시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지만 노사갈등에 따른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차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시점에 잦은 노사갈등은 결국 신차 출고 지연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