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사회주택은 우리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내 집 같은, 내 집 아닌 내 집이요.”
사회주택 입주자들이 주거난에서 벗어나 그동안 사회주택에 살면서 달라진 삶을 얘기했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생활에서 제3회 사회주택의 날을 맞아 ‘나 사회주택 산다’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최근까지 사회주택에 살았거나 현재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입주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사업자나 지자체가 말하는 사회주택이 아닌 실제 사회주택 속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지환(26·남)씨는 대학 진학 후 기숙사에서 계속 살다가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개인공간을 찾아 독립을 시도했다. 좁은 원룸에 좌절한 김씨는 다섯 번의 낙방 끝에 힘겹게 입성에 성공, 작년 10월부터 서울 강북구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수유에 살고 있다.
구채완(26·여)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올 초 경남 김해에서 올라와 셰어하우스를 찾아다녔다. 웹 서핑 중 서울시 사회주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사회주택 플랫폼을 찾은 구씨는 노후한 고시원을 리모델링한 서울 관악구 쉐어어스 거성에서 17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 서울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일주일여 전까지 서울 서대문구 녹색친구들 창천에 살았던 임순형(48·남)씨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색친구들의 경영철학에 대해 알게 됐다. 2018년부터 4년간 녹색친구들 창천에서 생활한 임씨는 아내와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살게 된 후에는 아버지가 빈 자리를 채웠다.
결혼하며 독립생활을 시작한 이수연(39·여)씨는 경기도 남양주 위스테이 별내에 입주하기 전까지 세입자 신세로 여러 집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씨는 “첫 집은 집주인이 나이가 저보다 어려서 ‘누구는 소유하고 있는데 나는 전세로 들어가는구나’ 생각이 들며 약간 짜증이 났다”며 “그 후에도 계속 이사를 다니면서 세입자다보니 집주인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생활에서 열린 제3회 사회주택의 날 토크콘서트 '나 사회주택 산다'에서 입주자들이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사회주택협회
민관협력형 임대주택 모델인 사회주택에 살게 된 후 임대주택에 대한 외부의 편견 때문에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이들 입주자들은 외부의 시선과 실제 사회주택 생활이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을 초대할 때 부실하거나 환경이 안 좋으면 저를 더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멋있는 집이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많이 부르면서 편견이 다 사라졌다”며 “저희 집 작년에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 받았다. 잘 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임씨도 “제가 살았던 집이 홍대입구역 근처라 입지가 좋다”며 “임차료도 20만원 미만인데, 근처에 다른 집은 아무리 적어도 55만원은 줘야 해 청년들에게 부담이 크다. 회사가 돈 벌 생각으로 지은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사회주택은 성냔갑처럼 지어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과 달리 수요자를 고려한 설계와 운영으로 각자 다른 일상을 보여줬다. 이씨는 협동조합 아파트에 살면서 조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동아리에 참여면서 자연스럽게 육아동료들도 알게 되고 동네친구를 사귀고 있다.
임씨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살면서 입주민들과 비밀번호를 공유해 아버지가 귀가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입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장애나 나이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집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존중과 배려를 익히고 있다.
구씨는 “하루는 제가 아주 힘든 일을 겪어 새벽 1시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는데 친구도 가족한테 전화하기도 애매했다”며 “룸메들이 나와서 안아주면서 ‘우리 자전가 타자’고 해 한강까지 자전거 타고 오니 제 처지를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들며 괜찮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생활에서 열린 제3회 사회주택의 날 토크콘서트 '나 사회주택 산다'에서 입주자들이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사회주택협회
짧게는 1년 남짓부터 4년까지 사회주택을 경험한 입주자들은 각자 사회주택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김씨는 “사회주택은 ‘부화’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주택에서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자본의 독립을 할 만큼 커서 나가면, 다른 사람이 또 들어와서 자본을 모으고 이런 식으로 부화를 시켜주는 따뜻한 주택”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저는 우리 집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 고민이 많았는데 들어와 살다보니 꼭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교통이나 가격, 안전 등 마음에 드는 점도 많지만, 내가 이 집에 온전히 내 소유로 들어왔다면 이렇게 함께 나누지 못했을 것들이 너무 많고 우리가 함께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내 집 같은 내 집 아닌 내 집이다.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편안함을 느끼고 여기를 떠나게 되면 정말 아쉽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말 마음으로는 내 집인 추억이 너무 많이 생겨서 내 집 같은 곳이 사회주택”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생활에서 열린 제3회 사회주택의 날 토크콘서트 '나 사회주택 산다'에서 입주자들이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사회주택협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