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상향 리픽싱 전화사채(CB)발행 1호 기업인
에프앤리퍼블릭(064090)이 투기 세력의 놀이터가 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에프앤리퍼블릭은 최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상향이 가능한 CB발행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거래량이 미미했던 회사가 CB 발행이란 호재를 타고 급등하면서 일부 세력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욱이 CB 발행에 따른 납입일이 공시일 기준 4개월여 이후로 확인되면서 납입 철회 등의 리스크도 안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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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프앤리퍼블릭은 지난 7일 1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CB발행 대상은 '비파인 1호조합'이며, 전환가액은 1946원이다. 해당 CB는 주가하락으로 전환가가 낮아진 이후 주가가 다시 상증할 경우 전환가액 상향이 가능한 리픽싱 상향이 최초로 적용된 CB다.
CB는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사채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발행되는 CB에 리픽싱 상향 조항을 의무화했다. CB 발행 이후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춰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편법을 막고, 주식발행 수량 증가에 따른 기존주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에프앤리퍼블릭 CB의 경우 리픽싱으로 주가가 낮아져도 향후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최초 발행한 전환가액 내에서 상향이 가능하다. 이는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존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 CB발행 직후 에프엔리퍼블릭의 주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CB발행을 공시한 지난 7일 에프앤리퍼블릭의 주가는 29.93%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프엔리퍼블릭이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가 불안한 상황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국의 CB 규정 개정 이후 최초로 발행된 리픽싱 상향 적용 CB인 만큼 현재 주가가 ‘저점’ 매수 기회로 보였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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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에프앤리퍼블릭의 발행한 CB의 납입일은 내년 3월31일로 확인됐다. CB발행 공시 이후 실제 자금 조달까지 4개월 가량이 지나야 가능한 것이다. 특히 납입일이 한참 남은 만큼 향후 공시 철회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가 상승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량이 갑자기 늘고 단기 급등락이 나온 만큼, 일각에선 특정 세력이 에프앤리퍼블릭의 CB발행을 이용해 주가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프앤리퍼블릭의 시가총액은 262억원(15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며 일일 거래량도 2~3만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7일에는 거래량이 32만으로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다음날인 8일에는 223만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평소대비 100배 이상 급증했다. 이날 주가는 11.69% 급락했다. 에프앤리퍼블릭의 경우 지난 9월과 10월에도 특정계좌의 거래가 전체 거래의 40~60%를 넘어서면서 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금조달이 급한 상황이고, CB발행 대상까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납입일까지의 기간이 큰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금조달이 주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한 상황에서 향후 CB발행이 철회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발행되는 CB를 통해 주가 급등락이 나타났지만, 금융당국에선 CB 발행 납입일과 관련된 규정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CB발행이나 유상증자의 납입일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며 “행사 주체들이 협의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CB발행이 취소될 경우 시장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