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이긴 한데 비상장사라 공시의무가 없습니다.” “공시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공시 이외에 추가적인 사항은 답변해드릴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대상 기업이 자신의 정보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공시는 기업의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기 위한 제도다. 주식시장에서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사항을 공시함으로써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있어 기업공시는 증권시장 내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공시가 함상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기업의 주가와 관계가 높은 사항에 대해서도 공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얼마 전 코스닥기업 A사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공시했다. 그러나 자금조달의 목적에는 ‘운영 목적’이란 단어만 적혀있었다. 자금 사용의 목적에 대한 취재 당시 A사는 “공시에 나온 그대로다. 기업운영을 위해 자금이 필요해 조달하는 것”이란 말만을 남겼다. 기업이 돈이 필요하긴 한데 왜 필요한진 설명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일반적인 유상증자의 경우 자금사용의 목적을 명확히 공시해야한다.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면 증권신고서를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 중 차입금 상환에 20억원, 직원들 급여 등 회사운영에 20억원, 공장부지 매입에 60억원 등. 자금사용의 목적과 사용계획 및 일정까지 세세하게 공시해야한다.
A사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운영 목적’이란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될 주식이 1년간 보호예수 조치가 되기 때문이다. 증권 발행 공기 규정상 증권을 발행한 후 지체없이 한국예탁원에 1년 동안 의무보유하는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면제된다.
또 다른 상장사 B사는 자회사의 신약개발 사실을 알리며 주가가 급등했으나 신약개발에 대한 공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회사가 비상장사였기 때문이다. 기업의 공시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지만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불친절하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시 투자자에 대한 정보나 자금 활용 목적에 대한 정보공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존재하며, 계약 공시나 자금조달 공시 이후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기업의 주가가 자금조달 공시나 계약 공시로 급등한 이후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투자자들은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불성실 공시 기업으로 지정될 뿐이다.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은 공시다. 공시가 흔들리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내용을 알리고자 공시제도가 생겨난 만큼 공시는 정보제공에 있어 최대한 투자자를 배려하고 숨김이 없어야 한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