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증가하며 4대 중 1대꼴로 확대됐다. 특히 고급 수입차 인기 속에 제네시스는 풀체인지 'G90'를 출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회장님 차'로 불리는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최강자 자리를 놓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5만94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6%에 달한다. 벤츠가 2만5697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BMW(1만7307대), 포르쉐(7601대), 아우디(4581대)가 뒤를 이었다.
고가 수입차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대형 세단이다. 대형 세단은 고성능차나 슈퍼카를 제외하면 가장 비싼 가격대를 형성한다. 특히 수입차뿐만 아니라 G90의 점유율도 상당하다.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은 G90과 벤츠 S클래스 시리즈가 양분하고 있다. S클래스는 올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47.8% 증가한 8719대가 판매되며 대형 세단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기간 경쟁 차종인 G90와 BMW 7시리즈는 각각 4788대, 2519대 팔리는데 그쳤다. 그동안 대형 세단 시장에 G90가 1위를 유지해왔지만 올해 S클래스에 역전 당했다.
제네시스 신형 G90. 사진/제네시스
이는 풀체인지로 인한 신차 효과라는 평가다. S클래스에는 벤츠가 최초로 적용한 디지털 라이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MBUX), 지문 얼굴인식 등 첨단 기술을 대거 탑재됐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신형 G90를 통해 국내 대형 세단 시장 1위를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신형 G90은 2018년 부분 변경 모델 출시 이후 3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4세대 모델이며 지난 17일 계약이 시작됐다. 계약 개시 첫날에만 1만2000대를 돌파했다. 약 2만대 수준인 대형 세단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신형 G90는 가솔린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 출력은 380마력, 최대 토크는 54.0kgf·m이다. 가격은 세단 8957만원, 롱휠베이스 1억6557만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형 G90의 완성도는 굉장히 뛰어나고 후륜 조향 등 첨단시스템이 대탑재됐다"며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더불어서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처음으로 올해 국내 판매량 12만대를 넘어서며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제네시스의 올해 1~11월 국내 판매량은 12만38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 이미 지난해 판매량 10만8384대를 넘어서며 올해 연간 판매량은 14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005380)의 올해 국내 판매량(66만726대)에서 제네시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8.7%로 역대 최고치와 동률을 이뤘다.
출범 당시부터 고급화를 앞세운 제네시스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라인업이 대형 세단에서 SUV로까지 확대돼 판매량이 최근 1~2년 새 빠르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한국과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중국과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형 전기차 모델도 출시되는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내수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1~11월 제네시스의 미국 누적 판매량은 4만4622대로 12월 판매량까지 더하면 역대 최다 판매량인 2016년 2만6409대를 2배 가까이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에는 첫 전용 전기차 GV60의 판매가 본격화되고 GV70 전동화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