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맞춤 정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즐거운 여정을 제공합니다."
17일 방문한 페라리 반포전시장의 유민규 과장은 "수만 가지의 조합이 가능해 세계에서 단 하나 뿐인 페라리를 완성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라리 반포전시장 관계자가 '아틀리에'에서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페라리
페라리는 고객 개개인의 요구사항과 취향을 반영해 차량을 제작해주는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페라리 고객은 실내·외 색상부터 소재, 마감재, 액세서리 등 다양한 세부사항을 고를 수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반포전시장은 청담전시장과 함께 '페라리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다. 아틀리에는 고객들이 페라리를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한다.
아틀리에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차량 외관 컬러와 실내 소재, 최신 기술 장비를 비롯한 상세 옵션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아틀리에 곳곳에는 시트, 스티어링 휠, 외관 패널, 휠, 가죽, 엠블럼, 안전벨트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특히 가상주문시스템인 컨피규레이터를 통해 선택한 옵션 사양을 모델에 적용하고 이를 스크린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은 페라리의 스포츠 정신과 헤리티지, 그리고 혁신을 각각 상징하는 '스쿠데리아', '클래시카', '이네디타'로 구성된 세 가지 컬렉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객은 차량의 세부 옵션 사항을 결정한 후 자동차를 인도받을 때까지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한다면 페라리 마라넬로 본사를 방문해 직접 자동차를 픽업할 수도 있다. 테일러 메이드 센터는 마라넬로 공장과 중국 상하이 지사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시트 소재와 휠. 사진/황준익 기자
유 과장은 "2~3년 전에는 레드, 화이트 등 원색 컬러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메탈리카 색상을 선호한다"며 "보통 옵션 확정 후 인도까지 6개월 걸리는데 스페셜 옵션을 선택하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페라리의 모든 차량은 마라넬로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날 증강현실(AR)로 공장을 둘러봤다.
우선 2001년 문을 연 기계 공정관은 15개의 작업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페라리 차량의 심장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 엔진용 부품이 생산된다. 페라리는 마라넬로 공장을 제외한 그 어떤 곳에서도 엔진을 생산하지 않는다.
실내 장식은 약 40명의 숙련된 테크니션이 좌석과 도어트림을 만든다. 차량 주문이 확정되면 페라리 물류센터에서 개별 차량 조립에 필요한 필수 부품들이 개별 카트에 패키징 돼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다. 차량당 평균 10~15대의 부품 카트를 필요로 한다. 실제 하루 동안 약 550대의 부품 카트가 페라리 물류센터와 공장 사이를 이동한다.
금속 차체가 차량 조립 단계에서 들어서면 테크니션들은 엔진과 기어 박스, 전기배선, 섀시, 실내 장식, 유리 등을 페라리 차량에 채워 넣어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윈드 스크린과 리어 윈도우를 장착하는 과정에서는 밀리미터 수준의 높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해당 작업은 완전 자동화된 페라리의 몇 안 되는 제작 공정 중 하나다. 조립 구역은 모든 마무리 작업이 함께 이뤄지지는 곳이다. 각 차량에는 바퀴와 타이어가 장착되며 모든 유체와 배터리도 설치된다.
반포전시장 관계자가 페라리 차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페라리
페라리는 인증 중고차도 운영하고 있다. 14년 이내에 등록된 중고차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은 본사의 공식 인증 절차에 따라 매입돼 전문가들이 190여개의 기술 점검을 실시한다. 모든 차량은 품질과 성능, 소유주 이력까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에서 최대 24개월, 그 외 지역에서는 12개월까지 무제한 마일리지 보증을 제공한다. 마일리지 제한 없이 주요 부품과 수리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전시장 관계자는 "마라넬로 기술자들이 직접 검수해 자체 기준을 통과해야만 중고차로 판매될 수 있다"며 "중고차 역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층 전시장에는 페라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SF90 스파이더'가 전시돼 있다. 3개의 전기모터(총 220마력)와 V8 터보엔진(780마력)의 결합으로 1000마력을 발휘, 현존하는 양산 슈퍼카 중 최강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내연기관을 앞세워 슈퍼카 시장을 주도한 페라리는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슈퍼카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페라리는 향후 10년간 하이브리드 및 PHEV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며 2025년 첫 전기 슈퍼카를 내놓을 방침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