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마저 뛰어오르면서 자동차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도 차질을 빚으면서 재고가 없는 탓에 할인 혜택도 줄었다. 가격 상승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내년에도 신차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올해 3분기 승용차 평균 가격은 4759만원으로 전년(4182만원) 대비 13.8% 상승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26.1% 오른 수치다.
기아(000270)의 경우 승용차 평균 가격이 3363만원으로 1.6% 오르는데 그쳤지만 레저용 차량(RV)은 14.2% 오른 414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차 출시와 완전변경 등을 통해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 출시한 신형 투싼은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2435만원부터 시작해 전 세대 보다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 9월 4만5000달러(약 5400만원)에 달해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중고차 매물 평균 가격은 지난달 2만9000달러(약 3500만원)로 29% 올랐다.
유럽은 신차 공급 지연으로 지난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이 올 초 대비 최대 28.3% 상승했고 일본은 중고차 경매 가격이 11% 올랐다.
기아 신형 스포티지. 사진/기아
이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제조 원가 상승,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1차 공급난, 올해 중순의 2차 공급난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완성차 기업은 적기 생산·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또 지난해 이후 자동차 공통 소재·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국제 가격, 주요국의 물류비용·인건비 상승 추세가 더해지면서 자동차 제조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미국의 트럭 화물 운송비용은 전년 대비 36.2% 상승했다.
자동차 열연강판(미 중서부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냉연강판은 112%, 알루미늄은 49% 각각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성차기업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식 변경과 함께 차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의 급격한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연말이면 제공하던 할인 혜택도 올해는 대폭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달과 이벤트 및 판매조건이 동일하다. 가장 크게 할인되는 차종은 제네시스 G90으로 최대 100만원 현금할인이다.
연말 큰 폭의 프로모션을 제시했던 수입차 딜러사들도 할인율을 줄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차종별로 두 자릿수 할인을 내세웠던 벤츠는 공급이 부족해지자 할인 혜택을 거의 없앴고 BMW 딜러사도 10% 이상이었던 할인율을 5% 내외로 줄였다.
출고 기간이 길어지자 출고 후 몇 달 지나지 않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뛰어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엔카에는 기아 5세대 스포티지 가솔린 1.6터보 노블레스 트림이 3370만원에 올라와있다. 신차는 2869만원부터 시작한다. 스포티지는 2900만원~42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차 가격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싸다. 신차 공급이 부족해지자 바로 인도 받을 수 있는 중고차 가격이 오른 것이다.
통상 12월은 해가 바뀌기 전에 차를 처분하는 경우가 늘어나 매물이 많아지고 완성차 할인 프로모션이 많아져 중고차 시장 비수기로 알려져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