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 공모주 시장은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로 평가받을 만큼 풍성했다. 상장 기업 전체 가운데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2배가 넘은 곳이 14개나 나온 데다 절반 이상이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을 정도다. 수익률 1위는 무려 1200% 급등한 새내기 종목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에도 불씨를 지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모가 대비(22일 기준) 수익률 1위는 자이언트스텝이 차지했다. 수익률은 1270.9%로 나타났다. 2위인 맥스트(347.3%)와도 격차가 크다.
영상 시각효과 기업 자이언트스텝은 지난 3월24일 공모가 1만1000원으로 시장에 공개된 이후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주가는 10개 가량 급등했다.
2008년 설립된 자이언트스텝은 광고 콘텐츠 부문의 시각효과(VFX)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유일하게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가상인간) 관련 특허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의 공식 벤더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맥스트도 투자자들에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맥스트는 2010년 10월7일 설립한 회사로 10년 동안 증강현실(AR) 원천기술 분야에 집중해 온 기술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강현실 앱을 만들 수 있는 AR 개발 플랫폼(SDK) 업체로 전 세계 50개국 1만2000여 곳의 개발사에 배포하고 있으며, 현재는 메타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수익률 100% 이상 14개사…대세 테마는 ‘메타버스·로봇·코로나’
올해 전체 111개(스팩 포함, 이전상장 제외)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1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14개사로 집계됐다.
순위는 자이언트스텝과 맥스트에 이어 지오엘리먼트, SK바이오사이언스, 나노씨엠에스, 디어유 등이 200%를 넘겼다. 제노코, 피엔에이치테크,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스팩4호, 라온테크, 엔켐, 플래티어, 씨이랩 등의 상승률도 100% 이상이다.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된 기업들은 메타버스 관련주 이거나 코로나19, 무상증자 등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언트스텝과 맥스트도 대표적인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힌다. 또한, 플래티어도 메타버스 환경에 최적화된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으로 평가를 받은 곳이다. 씨이랩은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인공지능) 영상분석 전문기업으로 메타버스 종목으로 거론됐다.
최근 삼성전자의 로봇 강화에 나선 탓에 로봇 테마가 형성되자 레인보우로보틱스, 라온테크 등이 새내기 종목 중에서도 주목받았다. 이 외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급등했으며 나노씨엠에스는 코로나19 사멸 램프 양산 소식에 올랐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들의 공통점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며 ”맥스트와 디어유, 자이언트스텝, 일진하이솔루스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에 관심 테마로 묶이지 않은 곳은 수익률이 부진했다. 공모주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데는 31개사다. 수익률 꼴찌는 프롬바이오로 집계됐다. 공모가 대비 등락률은 마이너스 42%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진시스템(-41.5%), 씨앤씨인터내셔널(-41%), 지니너스(-37%), 롯데렌탈(-36.5%) 등이 하위 5위를 차지했다.
프롬바이오는 2006년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개별인정 원료를 기반으로 화장품, 탈모방지 제품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IPO 당시 수요예측에서 85.7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 희망밴드(2만1500원~2만4500원) 최하단을 밑도는 1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장 이후에도 줄곧 주가가 약세를 기록하며 현재는 1만원 수준을 나타냈다.
색조화장품 위탁생산(ODM) 업체인 씨앤씨인터내셔널,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 등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상장 첫날 ‘따’ 기록이 수익률 좌지우지
올해 공모주에 투자했다면 짭짤한 수익이 났을 확률이 컸다. 공모가로 받은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주식을 팔았을 경우 평균 수익률은 47%로 나타났다. 다만 상장 첫날 ‘따’(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로 시작했는지 여부가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첫날 공모가 2배의 시초가로 시작한 기업은 37개사로 나타났는데, 이들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한달 뒤 평균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93%에 달했다. 반면 공모가를 밑돌아 시작한 16개의 기업은 상장 이후로도 주가가 약세를 지속했다. 한달 뒤, 그리고 현재 기준으로도 각각 마이너스 10%, 15%씩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에 투자할 경우 IPO 기업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직후 5영업일 동안 주가 상승률이 가장 양호하며, 상장 이후 약 한달이 지난 시점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의 청약 경쟁률 등 분위기가 주식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상장 첫날 시초가 형성도 중요하지만 공모가 밴드의 가격 선정과 기업 산업 전망 등 종합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자이언트스텝과 맥스트가 공모주 수익률 1위 2위를 기록했다. 사지는 메타버스 관련체험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