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은 그야말로 선거의 해다. 3월에 대통령 선거라는 큰 선거가 열리지만, 그로부터 세 달 뒤 열리는 지방선거도 결코 작지 않다. 광역자치단체장부터 교육감·기초자치단체장·광역의원·지방의원 등을 일괄해 뽑는다는 점에서는 유권자들에게 더욱 밀접한 선거로도 평가된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여당 절대 다수'의 시의회와 아슬아슬한 동거를 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도전이 눈에 띈다. 오 시장과 함께 보궐선거로 부산시장에 오른 박형준 시장의 수성여부도 관심이다. 문제는 석달 앞서 열리는 대선이다. 지방선거도 대선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가 신년을 맞아 발빠르게 올해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대한민국 수도를 이끄는 차기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2022년 임인년, 여야가 벼랑끝 승부를 펼친다.
올 6월1일 열리는 서울시장 선거는 작년 4·7 재보궐선거 이후 1년 2개월만에 치뤄지지만, 여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국내 최다 인구도시이자 수도라는 상징성, 전체 지방선거의 바로미터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다.
야당 진영에선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오신환·윤희숙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이 거론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도전이 유력하다. 현역 시장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보다 몇 발짝 이상 앞섰다는 평이다.
오 시장은 최근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과정에서부터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시민들이 허락해 주리라는 가정 하에 5년을 시야에 둔 긴 안목으로 시정 운영 비전과 핵심 정책을 체계화해왔다”며 “그 일을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시행착오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는 서울시정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하는 신인보다는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험자”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연임 도전 선언은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구원 출마설을 잠재우고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내 다른 후보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이 많다. 아직 새해가 밝기 전에 이미 연임 도전을 밝힌 만큼 대선에 휘둘리기보다 남은 시간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오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재보궐선거 당선의 동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재보궐선거에서 역대 서울시장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불과 1년여만에 다시 선거에 임하면서 중간평가 개념보다 재보궐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과 구호들이 지금도 힘을 지니고 있다.
이는 직무수행 지지도 평가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수행한 작년 11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에서 오 시장은 55.8%로 전남, 경북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특별·광역시로 좁히면 가장 높은 지지도로, 4월 취임 이후 최고 지지도를 얻었다.
오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사상 최초로 4선의 서울시장이 된다. 최장 임기 서울시장을 앞두게 된다. 오 시장은 33·34·38대 서울시장을 지냈다. 박원순 전 시장은 9년간 연속 3선으로 최장 임기 서울시장을 달성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더불어민주당에 뺏겼던 최다·최장 타이틀을 뺏을 수 있는 기회다.
오 시장 역시 재보궐로 돌아올 당시부터 연임을 염두에 두며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 시장의 대표 공약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안심소득, 서울런, 청년사관학교 등은 모두 4~5년을 내다보고 설계됐다. 연임에 성공해 그 동력으로 주요 공약들을 성공시켜 서울을 변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작년 4월6일 오후 개표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계남다목적체육관에서 선관위 관계자와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최종 모의시험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 진영에선 박영선 전 장관, 추미애 전 장관, 우상호 전 원내대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박주민 의원, 전현희 권익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3월에 있을 종로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서거나 다음 총선으로 빠질 수 있어 더 지나야 실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물망에 오른 인사들 모두 당내 중진급의 인물이지만, 상당수가 수차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박 전 장관은 2011·2018·2021년에 이어 네 번째 출마하는 셈이다. 기존 후보들을 재탕 삼탕하기보다 새 인물을 영입해 새 바람을 일으켜야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패의 기록을 자랑한다. 상대 후보들도 강금실·한명숙·박영선 후보들로 당대에 내로라하는 후보들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을 모두 뛰어넘을 비전과 리더십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현직 시장이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단순한 정책 비판보다는 대안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다.
일각에선 ‘인물이 없다’, ‘대항마로 부족하다’ 얘기까지 나온다. 새로운 피를 외부에서 수혈해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소리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작년 4월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쟁점은 코로나19 대책과 부동산 대책이 가장 손꼽힌다. 서울시 누적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방역현장은 한계를 호소하고, 문 닫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잘 수습하고 다음 단계로 이끌 시장을 시민들은 원한다.
부동산 문제도 전국적인 문제지만, 서울이 가장 심각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어떻게 안정화하고, 서민과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공급 대안, 갈수록 궁지에 몰린 세입자를 위한 보호 대책은 누구보다 서울시장에게 요구된다.
이외에도 인구 1000만 붕괴, 저출산 해결책, 강남·북 균형 발전, 양극화 문제, 미래 먹거리, 청년 일자리 등이 서울의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체적인 도시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모두 잡아야 한다.
정성철 정치평론가는 “대선 영향이 크겠지만,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한 포인트”라며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오 시장은 상대적인 우위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대선을 이기면 차기를 노리는 사람들의 경쟁률이 높겠지만 대선을 지면 인재난에 시달려 후보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를 2일 앞둔 작년 4월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가 첩부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